1914년 완공된 파나마운하는 해상 교통의 혁명을 일으켰다. 미주 대륙의 허리를 선박들이 통과하게 만들어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 항로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파나마운하는 100년 넘게 독점적 지위를 누렸지만 2022년에는 경쟁 상대가 등장한다. 같은 중남미 국가인 니카라과가 새로운 운하를 개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니카라과 정부는 국토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니카라과운하(길이 276㎞)를 내년 착공해 5년 후 완공할 예정이다. 건설 비용은 500억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 파나마운하(82㎞)보다 길이가 3배가 넘는다. 폭도 더 넓고 수심도 더 깊다. 따라서 파나마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는 큰 선박도 니카라과운하는 수용할 수 있다. 파나마운하는 올 상반기 중으로 확장 공사를 마치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만4000개를 실은 배까지 통과 가능하다. 반면 니카라과운하는 2만5000개짜리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통과할 수 있도록 건설된다.

니카라과는 파나마보다 위도(緯度)가 높아 입지상 유리하다. 미국·멕시코에 더 가깝다는 얘기다. 니카라과운하를 이용하면 샌프란시스코~뉴욕 항로가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것보다 800㎞ 더 짧아진다. 세계 해상 물동량의 5%가 니카라과운하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GDP 1929달러(2015년)에 불과한 니카라과는 운하가 개통되면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얻어 경제 규모가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류 전문가들은 니카라과운하가 개통되면 파나마운하와 통행료 인하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니카라과운하는 중국이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중국 신웨이(信威)통신그룹의 왕징(王靖) 이사장이 설립한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이라는 회사가 운하를 건설하고 향후 100년간 운영권도 갖게 된다. 파나마운하를 미국이 1999년까지 85년간 운영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왕징은 "순수한 개인적 투자"라고 주장하지만, 주요 외신은 그가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