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4일 임명 11개월 만에 이임식을 치르고 사직했다. 김 처장은 11~13일 공모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량 식품을 몰아내겠다며 2013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廳)에서 승격한 조직이다. 김 처장에 앞서 1대 처장을 지낸 정승 전 식약처장도 작년 3월 물러난 후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김 처장과 정 전 처장은 식약처·농림부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이다. 공무원 후배나 국민은 두 사람이 제대로 불량 식품과 유해 의약품을 근절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1대에 이어 2대 처장까지 처장직을 걷어차고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공무원 후배들은 '국회의원 자리가 그렇게 좋은가' 하는 생각과 함께 자기들 조직에 대한 자괴심을 갖게 됐을 것이다.
공무원 출신으로 부처 책임자가 됐다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자세로 일해야 옳다. 그게 아니라 책임자로 임명된 사람마다 다음 자리를 곁눈질하고 있으니 국민 건강을 수호하겠다는 애초 약속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식약처는 작년 봄 가짜 백수오 사건이 터졌을 때 처음엔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나중엔 '검출됐다'고 뒤집었다. 가짜 백수오가 인체에 유해하니 어떠니를 놓고도 소비자원과 서로 옳다고 우기면서 국민 혼란만 가중시켰다.
인천공항은 정모 사장이 도지사 선거에 나가겠다면서 임명 8개월 만에 사장직을 그만두더니 7개월 공백 끝에 후임에 임명된 박모 사장도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14개월 만에 그만뒀다. 걸핏하면 사장이 바뀌는 사이 세계 최고 공항으로 꼽히던 인천공항은 수하물 대란을 빚는 등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공기업에 이어 정부 부처 책임자까지 자기 자리를 더 큰 출세를 위한 징검다리로나 여기는 풍조가 계속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닥칠 것이다. 식약처에서도 인천공항과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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