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안보 주권 무시하고 大使까지 '사드 협박' 나선 中

조선일보
입력 2016.02.24 03:23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23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고(高)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에 대해 "이런 문제들이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면 양국 관계는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또 "사드가 없었으면 새로운 유엔 결의안이 채택됐을 것인데, 사드가 최선인지, 한국 안전을 지키는 방법인지 다시 생각해 달라"고 했다.

대사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자국의 입장을 밝힐 수는 있다. 하지만 추 대사의 발언은 사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포괄적 우려 수준에서 벗어나 한·중 관계가 파탄 날 수 있다고 직접 위협을 한 것이다. 사드는 북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자위권 범위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우리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떠넘기면서, 자기들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군사·경제적 보복에 나설 것 같은 태도를 취한 것이다. 통상적 외교 관례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그는 사드 배치가 중국 안보와 국익을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왜 사드 배치 논의가 시작됐는지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와 압박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스스로는 돌아보지 않고 우리에게 화살을 겨누었다. 이는 자국 이익만 중요하고 주변국의 안보는 무시하는 태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추 대사는 사드에 사실상 반대해 온 야당의 대표를 만나 이런 얘기를 했다. 공개를 전제로 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사드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발언이 24일 새벽(한국 시각) 열린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케리 미 국무장관 간 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미 군 당국은 23일로 예정됐던 사드 배치 논의 약정 체결도 뒤로 미뤘다. 중국이 미국과는 협의하고 한국에는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은 먼저 대북 제재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 국제 제재의 성패는 북한의 명줄을 쥔 중국에 달렸다. 그런 중국이 여기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지 않고 자기 안보 이익만 내세워 한국에 위협적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를 설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지지도 얻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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