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 닥친 새누리당 공천 경선이 심각한 부실(不實) 논란 속으로 휘말려들었다. 경선을 관리할 당의 역량이 부실한 데다 여기에 계파 간 알력이 겹쳐 폭발 일보 직전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중앙당은 22일 지역구별로 1000명가량인 책임당원 명부를 다시 배포했다. 경선에 30% 반영될 여론조사 모(母)집단에 해당한다. 며칠 전 수천명의 일반당원 명부를 줬다가 책임당원 명부를 이미 갖고 있는 현역 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다시 나눠준 것이다.
그러나 이 명부에 대해서도 예비 후보들이 이미 현역 의원들에 의해 오염(汚染)된 것이라며 집단 불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득권을 쥔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이 지역구에 살지도 않는 자기 쪽 사람들을 대거 포함시켜놓았다는 것이다. 또 통신사들이 이 책임당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변환시킨 번호인 '안심번호'라는 것이 이런 가짜 당원, 유령 당원들의 신원 확인을 불가능하게 해 오히려 세탁 수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다. 정당 경선에는 으레 잡음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이대로 가면 경선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불복 소송도 뒤따를 수 있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된 책임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책임당원 여론조사 30%, 일반국민 여론조사 70%를 합산해 공천을 하기로 결정해놓고도 이런 허점을 전혀 바로잡지 못한 당 지도부에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공천 규칙을 악용하려는 다양한 세력과 계파들이 제각각 날뛰고 있어 도무지 수습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해진 공천 규칙을 밀어붙일 수도, 그렇다고 지금 와서 바꿀 수도 없는 진퇴양난 상황이다.
당 지도부라는 사람들은 22일에도 수습책을 논의하기는커녕 인신공격까지 했다. 공천 규칙 변경을 주장하는 친박(親朴)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김무성 대표를 향해 '수구적 행태'를 보인다고 했고, 비박(非朴) 김 대표는 이 위원장을 '반개혁적'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정신적으로는 분당(分黨)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정당이 여론조사로 공천자를 결정하는 자체가 문제다. 민심이 왜곡돼 부실한 후보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이상이다. 명부도 부실하고 당의 관리 역량까지 부족한 3중 4중의 부실 덩어리다. 친박·비박은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 공당(公黨)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런 막장 과정을 거쳐 후보가 탄생하고 당선까지 된다면 이 나라 국회는 불량(不良) 국회의원들의 집합소가 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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