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는 美·北 평화협정 논의 제대로 알고 있었나

조선일보
입력 2016.02.23 03:21

미국과 북한이 작년 말 뉴욕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비공식 접촉을 가졌지만, 북의 비핵화 거부로 결렬됐다고 한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먼저 평화협정 논의를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우리는 비핵화가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밝혔고 북이 거부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미국은 북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에 은밀히 합의했으나 회담 의제에 비핵화가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지만, 접촉 초기 단계에서 무산됐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일이 아닌 듯하다.

그러나 임기 말을 맞은 오바마 행정부가 혹시 시간에 쫓겨 북한과 협상을 할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우리로서는 그냥 흘려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 20여년간 미국의 북핵 정책은 제재와 대화 사이를 끊임없이 오락가락했고, 별다른 효과도 보지 못했다.

북핵 시설 공습까지 검토했던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한과 전격적으로 제네바 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북이 수차례 약속을 파기하자 다음에 들어선 부시 행정부는 강경 제재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도 그러다 임기 후반 9·19 합의와 2·13 합의로 방향을 틀었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2012년 2·29 합의가 깨지자 '전략적 인내'로 돌아섰다. 지속성 없이 땜질식 처방만 하다 북한의 위장 평화 전략에 이용만 당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0월부터 부쩍 평화협정 얘기를 꺼내고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도 최근 "한반도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병행 추진하자"고 했다. 궁지에 물릴 때마다 꺼냈던 '평화 카드'를 또 내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외면하고 여기에 다시 귀를 기울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외교부는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번 미·북 간 접촉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일 뒤늦게 통보를 받는 수준이었다면 곤란한 일이다.

과거 미·북 간 합의 때마다 우리 정부는 들러리만 섰던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미 정부가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에 나서도록 지속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적극 견인(牽引)도 해야 한다. 중국에도 북한식의 평화협정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