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관은 지난해 달러를 밀반출하려던 여성을 공항에서 붙잡았다. 이 여성은 가슴, 허벅지, 신발 바닥 등에 현금 25만달러를 몰래 숨긴 채 출국하려다 제지당했다. 이 사례처럼 위안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로 빼돌리려는 중국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홍콩 금융가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중국 본토에서 모두 1조달러(약 1208조원)가 해외로 유출됐다고 분석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자산을 들고 있는 것 자체로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갑부들이 서둘러 국내 재산을 팔아 달러로 바꾼 다음 해외에 보관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개인이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외화 한도가 5만달러인데, 친척·친구의 이름을 빌려 편법으로 송금하는 수법도 유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상하이의 한 여성이 지인 140명을 동원해 700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린 사례를 소개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투자금을 대거 빨아들이던 중국에서 이제는 심각한 자본 유출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인은 해외 기업을 사들이거나 달러 채무를 갚는다면서 달러를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 수입한 물건값을 뻥튀기해서 더 많은 액수를 내보내는 수법도 등장했다.
중국 정부는 송금 심사를 강화하는 등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갖가지 규제를 도입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신흥 부자들이 많은 선전시에서는 1만달러 이상을 사들이려는 개인은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는 규제를 신설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자들이 위안화를 팔아치우면서 위안화 가치가 더 추락하는 방향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며 "경기 부양을 위해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므로 위안화 가치는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