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은행·금융회사 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산협)가 올 임금 협상에서 대졸자 초임을 동결하거나 낮출 것을 회원사들에 권고했다. 경총은 대졸 정규직 신입 사원의 첫해 연봉이 3600만원(고정급 기준)을 넘는 대기업에 대해 초임을 삭감하고 대신 신규 채용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금산협에 가입한 17개 은행들도 5000만원이 넘는 대졸 은행원의 초임을 낮추고 성과연봉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노조와 협의해 추진키로 했다.

대기업·은행의 기형적인 임금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두 단체의 문제 의식은 옳다. 우리 대기업과 은행들의 임금 체계는 경쟁국에 비해 초임이 과도하게 높은 대신 연차(年次)가 올라가는 만큼 임금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하후상박(下厚上薄)형 구조를 취하고 있다. 과장급 이하 20~30대 평사원·대리급이 주로 가입한 대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임금 교섭에서 낮은 직급의 임금 상승폭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교섭력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또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이 초임 인상 경쟁에 나서면서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초임 양극화 현상이 빚어졌다. 중소기업 초임은 대기업의 62% 수준에 불과해 인재들이 대기업에만 몰리고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경총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대기업 정규직의 대졸 초임은 3976만원으로, 일본 대기업 상용직의 2842만원(2만7105달러)보다 39% 높다. 우리 대기업의 임금체계는 성과급이 적고 대부분 고정급이어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데 불리한 구조다. 이런 임금구조로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뿐더러 대졸자를 대기업으로만 쏠리게 하는 '인재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대기업·은행들은 초임 올리기 경쟁을 자제하고 지나치게 많이 올린 초임은 적정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여기서 절약한 재원을 신규 채용을 늘리는 데 쓴다면 좋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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