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예고와 관련, "대한민국의 영토나 영해에 떨어지면 요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북 미사일 본체나 파편이 사전에 예고한 궤도(軌道)를 벗어나 우리 영공으로 들어올 경우 바로 떨어뜨릴 능력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우리 군이 실제 그럴 능력이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 로켓 본체가 우리 영토 부근을 지나갈 때는 고도가 200㎞에 육박하는데 현재 우리 군이 확보하고 있는 PAC-2 대공 미사일의 요격 가능 고도는 15㎞다. 로켓이 궤도를 벗어나 낮은 고도로 추락하거나 파편이 우리 영토로 들어온다고 해도 PAC-2 미사일의 배치 지역으로 볼 때 요격은 어렵다고 한다. 설사 우리가 요격을 시도한다고 해도 직격(直擊)형이 아닌 파편형인 PAC-2 미사일의 위력이 낮아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한 미군이 갖고 있는 PAC-3는 직격형이지만 사거리나 배치 지역상 역시 요격을 말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수시로 동해 상으로 시험 발사를 하고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대응 능력도 한계가 명백하다. 사거리 200~300㎞의 스커드 B·C나 500~600㎞형을 개발한 노동미사일에 대해서는 PAC-2나 PAC-3로 요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수십 발씩 쏘아대는 동시다발 공격에는 매우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 대비한 자체 무기 체계(L-SAM )를 개발 중이지만 개발 완료 때까지는 7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 시스템(KAMD)' 등 북 미사일에 대한 방어 체계를 개발하는 데 오랫동안 힘을 기울여 왔으나 여전히 구멍이 많다는 것은 군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런 한계와 허점은 북한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 국민의 이해도 넓어졌다. 능력도 안 되면서 말로만 하는 대응은 상대의 비웃음을 사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군사적 위기 상황일수록 정부와 군의 언행엔 무게가 있어야 한다. 우리 정부와 군은 북의 핵실험과 ICBM,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위기가 가중될 때마다 능력 이상의 공언(空言)을 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허세는 대북 억지력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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