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인사 상당수가 작년 6월 무렵 집단으로 검찰의 계좌 조회를 당했다고 한다. 지난달 초 이명박 정부 관련 장관·수석들 회동 때 한 명이 "계좌 조회를 당했다"고 하자 다른 참석자 12~13명이 "나도 그 무렵 당했다"고 털어놨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부인하다가 하루 뒤 지난해 석유공사의 캐나다 석유개발회사인 하베스트사 인수와 관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베스트 인수 자문사 선정 과정과 수임료 과다 책정 의혹을 조사할 때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자금을 확인하면서 지난 정부 인사들의 계좌를 열어봤지만 사건과 무관해 추가 수사를 안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석유공사 비리 수사는 작년 3월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쟁' 담화 발표 직후 시작돼 청와대 '하명수사'란 논란을 빚었다. 검찰은 하베스트 인수 건과 관련된 수사라지만 자원 개발과는 무관한 인사들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을 보면 믿을 만한 해명은 아니다. 계좌 추적을 당한 인사 중 한 명은 "작년 4월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이 출범하기 전 김 전 비서관에게 출연금을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검찰이 굳이 들여다볼 필요도 없는 사안을 과잉 수사한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당사자들에게 왜 계좌를 뒤졌는지 설명 한번 하지 않았다. 계좌 추적 사실을 부인하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얼마 전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향해 "국민의 이름으로 기소한 사건인데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사실상 검찰 이인자인 서울 지검장이 법원을 성토하는 건 드문 일이다. 이 지검장이 청와대 의중을 헤아려 법원 비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검찰이 이렇게 매번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행동을 하니 의심을 거두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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