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8일 단독으로 운영위원회를 열어 국회법(일명·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본회의 직권 상정 요건을 완화해 국회의원 절반이 요구하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여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은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이날 자신들이 제출한 개정안을 상정하자마자 부결시켰다. 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에 대해 국회의원 30명의 요구가 있을 때 본회의에 바로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다른 국회법 조항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이 과정을 거쳐 본회의에 보낼 수는 있어도 최종 통과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도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을 해줘야 하는데 정의화 의장은 이날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새누리당이 이런 꼼수까지 쓴 것은 선전화법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보여주려는 뜻일 것이다. 선진화법은 18대 국회 막바지인 2012년 5월 여당이 주도해 통과시켰다. 전기톱·해머까지 동원되는 몸싸움과 폭력이라도 막아보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 법을 적용한 결과는 19대 국회에서 드러난 그대로다.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과는 달리 어떤 법안도 소수 야당의 동의 없이 통과될 수 없었다. 더구나 야당은 특정 법안과 전혀 상관없는 법안들을 연계해 함께 처리하는 행태까지 보였다.
이날 새누리당이 쓴 방법은 여당답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그렇게까지 했겠느냐는 말도 나올 수밖에 없다. 선진화법은 폭력으로 점철된 18대 국회의 국회의원들이 떠나가면서 19대 국회에 남긴 것이다. 19대 국회의원들도 4월 총선 후 임기를 마칠 때 자신들의 경험을 담아 새로운 국회법을 만들어 놓고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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