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 4년간 160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인터넷 도박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7억원짜리 외제차를 몰고 집에는 장판과 오븐 아래 4억원이 넘는 돈다발을 숨겼다. 전화 문자나 이메일 광고를 보았거나 다른 사람 권유로 사이트를 찾았다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요즘 인터넷 도박 사이트는 단속을 피하려고 서버 주소는 해외에 두고, 접속은 국내에서 하게 만든다. 올해 상반기에만 경찰에 적발된 사이트가 23곳, 오간 돈이 7560억원으로 2년 전의 20배다. 불법 인터넷 도박 규모는 총 26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 국방 예산의 절반에 해당한다.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로 짐작된다고 한다. 중국에 서버를 둔 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우리 사이트에 오는 한국 '두구이(賭鬼·도귀)'들이 매일 1만 명"이라며 "하루 최고 9억원을 번다"고 했다. 두구이는 도박 귀신이 씌었다는 뜻이다.

2011년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5만원권 돈다발 110억원이 쏟아져 나왔다. 도박업자들이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을 숨겨둔 것이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이후 인터넷 도박은 오히려 급증했다. 중국 등 관련국과 공조해 불법 도박 사이트 뿌리를 뽑을 방법이 정말 없는 건지, '인터넷이라 근절할 방법이 없다'고 사실상 손을 들어버린 건지 궁금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찾을 수 없도록 검색 자체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과 이메일에 쏟아지는 도박 광고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사이트 운영 주체의 책임을 묻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유선 인터넷 보급률은 90%가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도박업자들은 이를 이용해 아르바이트생 2~3명, 개인용 PC 몇 대면 쉽게 전국적 도박판을 만들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인터넷 도박 규모가 한 해 5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한 해 78조원으로 음주로 인한 비용의 3.9배에 이른다. 인터넷 도박과의 전쟁을 치안의 우선순위에 올려놓지 않으면 생각도 못한 부작용이 사회를 뒤덮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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