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진의 피해가 큰 이유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 약 700달러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이 지진에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철골이나 콘크리트 건물이 드물고 벽돌을 쌓아올려 만든 건물이 대부분인 탓에 지진이 강타하자 속절없이 건물들이 무너져내려 희생자가 많았다.

네팔을 통과하는 단층선과 지난 80년간 발생한 지진들

건축물에 대한 안전 규제도 거의 없는 게 네팔 실정이다. 1988년 720여명이 사망한 네팔 동부 지진을 현장 조사했던 일본 야마구치대 무라카미 히토미 교수는 "당시 네팔에서는 규모 4 정도 지진에서도 벽돌 건물의 벽이 무너져내렸다"며 "그때보다 카트만두의 인구가 4배 증가했지만 여전히 건물을 올릴 때 내진 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자식들에게 모두 똑같은 넓이로 땅을 나눠주도록 규정한 네팔의 독특한 상속법 역시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땅을 잘게 나눠갖다 보니 건물당 대지가 갈수록 좁아지게 마련이고, 그렇다 보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좁은 땅 위에 무리하게 건물을 높게 올린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번 지진은 진원(震源·지진이 맨 처음 시작된 지하 지점)이 지표면에서 11㎞ 들어간 곳으로 과거 대형 지진들보다 진원이 얕아 피해가 커진 측면도 있다. 진원이 땅바닥과 가까운 곳에 있다 보니 지진 규모에 비해 지표면의 흔들림이 더 심했다는 뜻이다.

히말라야 산맥을 끼고 있는 네팔 일대는 지질학적 구조상으로도 지진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지구를 구성하는 거대한 지각판(板) 중에서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지점이 히말라야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판이 서로 밀어내는 현상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히말라야 일대는 지질 구조가 불안정하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