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이 교수와 학생 간의 성관계와 연애를 금지하는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버드대학은 그동안 교수와 그의 소속 학과(學科) 학생 간의 성관계만 금지해왔다. 이를 확대해 교수와 다른 학과 학생들 사이의 성관계는 물론 연인 관계까지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교수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제자를 성추행·성폭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우리나라에서도 성폭행이 문제가 되면 상관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둘러대며 책임을 피하려는 일이 잦다. 한 사립대학 교수는 1학년 여학생과 술을 마신 뒤 모텔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교수는 "합의하에 가진 성관계"라고 했지만 작년 11월 결국 유죄판결을 받았다. 지난달 여군 부사관을 자신의 관사로 불러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육군 대령도 합의 아래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교수·학생, 군대의 상관·부하, 기업의 간부·사원 사이는 명백한 갑을(甲乙) 관계다. 교수는 학생 취업에 반영되는 학점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군대나 기업에서도 상관의 고과(考課) 평가가 부하 직원의 승진·보직 결정을 좌우한다. 여학생·여군·여사원이 적극 저항하지 않았다고 해서 합의에 따른 섹스였다고 하는 것은 윗사람들이 우월한 권한을 휘둘러 본능적 욕구를 해결한 뒤 내놓는 비열한 변명에 불과하다.
우리도 대학·군·기업 같은 조직에서는 아무리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남녀 간의 성적 접촉을 엄격히 금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직무상 권한을 악용해 아랫사람을 농락한 뒤 나중에 발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