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사에 압력을 넣은 적이 있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KBS가 공개한 녹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달 말 일부 기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검증 보도와 관련해 언론사 간부들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 간부에게)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패널을) 빼고 이러더라고"라고 말했다. 언론사 간부가 이 후보자의 요구에 따라 방송 출연자를 교체했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자는 또 "(언론사) 윗사람들하고 내가…다 관계가 있어요. (윗사람에게) 어이, 걔 안돼(라고 하면, 해당 기자는)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라고도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자신이 언론사 내부 인사 문제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후보자는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한 답답한 마음에 이해를 구하려다 나온 것"이라며 "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지만 공직 후보자로서 경솔했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한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하고, 그가 거론한 언론사 간부들도 이 후보자가 주장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과장(誇張)을 섞어 사실을 부풀렸다고 해도 명색이 총리 후보자가 불리한 보도를 빼기 위해 언론사에 압력을 넣을 수 있고 기자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식의 비상식적인 언론관(言論觀)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다.
녹음 파일은 점심 참석 기자 가운데 한 사람이 몰래 녹음했고, 야당 의원을 통해 KBS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기자는 정작 자신이 소속된 매체에는 이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취재 목적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고위 공직자의 잘못된 언론관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것이 보도되는 과정도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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