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지난 1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을 '노숙자'에 비유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유가족들이) 국회에서 저렇게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디 뭐 노숙자들이 있는 그런…"이라고 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TF에 유족들을 참여시켜 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7월 14일부터 국회 본청 앞과 세종로 네거리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사흘 뒤에는 국회 내 행사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마이크를 뺏기도 했다. 당초 예정됐던 국회 공개 행사도 중단됐다. 국회는 유족들의 농성 장기화에 어떤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무력하게 지켜보고만 있다.

김 의원은 국회 본청이 20일 넘게 농성장이 되고 국회의 의사 결정이 집단행동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본인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 해도 어린 학생 수백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굳이 '노숙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더 큰 아픔을 주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의심케 한다.

문제는 최근 들어 새누리당 내에서 김 의원처럼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가리지 못하는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때만 해도 세월호 참사에 머리를 조아리며 '국가 개조(改造)'를 약속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비롯한 국가 안전과 관련한 각종 법안들은 국회 문턱에 걸려 참사 110일이 다 되도록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제구실만 했다면 유족들이 지금처럼 장기간 농성을 벌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마당에 그러지 않아도 덧나기 쉬운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 같은 발언이 새누리당에서 자꾸 나오는 것이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선거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하는 개탄이 나오겠는가.

여권(與圈)은 이번 재·보선 승리를 통해 집권 2기를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 새누리당은 재·보선 승리 후 "야당이 자멸한 것이지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며 몸을 낮췄다. 김무성 당 대표는 "혁신에 매진하고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당내 혁신부터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서 선거 승리에 취해 여당이 오만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순간 어렵게 만들어진 정부·여당의 집권 2기 새 출발 기회가 출발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 새누리당은 최근 재·보선에서 야당을 심판했던 국민의 엄정한 눈길이 이제는 여당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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