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은 11일 간부회의에서 "최근 특수·공안 구분 없이 여러 중요 사건에서 무죄(無罪)가 선고되고 있어 우려된다"며 "합리적 의심을 가질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증거와 자료를 준비한 다음 기소(起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발언은 무엇보다 지난 6일 검찰이 서울 수서경찰서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을 의식했을 것이다. 법원의 무죄 선고 이유는 검찰 기소 내용이 객관적 자료들과 맞아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실무 책임자였던 권은희 경정이 서울경찰청 간부와 통화했다고 하거나 서울청에서 수사 자료를 넘겨받지 않았다고 한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권 경정 통화 내역엔 문제의 서울청 간부와의 통화 사실이 기록돼 있지 않았고, 서울청 수사 자료는 권 경정 수사팀에 넘겨져 있었다. 이런 사실은 검찰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석현(민주당) 의원과 이성헌(새누리당) 전 의원은 저축은행과 관련해 불법 정치자금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최근 잇따라 2심까지 무죄 선고를 받았고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다. 이석현 의원 경우 검찰은 돈 준 사람이 '2008년 5만원권으로 준 것 같다'고 한 진술을 믿고 기소했다. 5만원권은 2009년에야 발행이 시작됐다는 기초적인 사실을 놓쳤다가 법정에서 망신당했다. 이성헌 전 의원은 검찰 내부에서도 기소할 만한 충분한 입증 자료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기소를 강행했다고 한다.

2004년 2447건이던 '1심 무죄'는 작년 5224건으로 9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무죄율은 세 배로 늘었다. 검찰의 간판이라는 중수부·특수부가 맡은 수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경험담을 책으로 펴내면서 '짜맞추기 수사, 표적 수사에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판이다.

검찰이 부도덕(不道德)한 것도 문제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을 빼먹고 애꿎은 사람들을 무리하게 기소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검찰은 무죄판결이 늘어나는 이유가 큰 건을 터뜨리겠다는 검사들의 무모한 공명심(功名心)에서 비롯된 것인지, 검찰 내부의 검사 훈련 과정이 부실하기 때문인지 그 원인부터 정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지금 그 해법(解法)을 찾지 못하면 검찰은 도덕성이 부족한 데다 무능한 조직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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