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14일 시리아의 화학무기 해체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을 대리하고 있다. 합의에 따르면 시리아는 일주일 내에 화학무기 보유 현황을 공개하고, 11월까지 국제사찰단을 입국시켜야 하며, 내년 중순까지 해체를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난관이 적지 않아 이 합의가 지켜질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합의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화학무기는 핵무기와 달리 현실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이다. 이번에 시리아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함으로써 이제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북한·이집트·앙골라·남수단뿐이다. 국제사회의 북한 생·화학무기에 대한 관심과 압박은 더 높아지게 됐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막대한 화학무기를 보유한 북한도 공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중국과 함께 진지하게 북한에 관여(engage)하려고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1400여명을 학살한 이후 전개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북한에 반드시 압박으로 작용할지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제사회는 '화학무기 사용만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상 화학무기가 사용되자 러시아와 중국은 "증거가 없다"고 국제사회의 대응에 제동을 걸었다. 서방 진영에선 영국 의회가 군사 대응안을 부결했고, 미국 의회도 군사 대응에 부정적인 견해가 훨씬 우세하다고 한다. 미국 일반 여론은 의회보다 더 부정적이다. 앞으로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가 지지부진해진다고 해도 오바마 행정부가 다시 군사 제재를 실행할 동력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에선 국제 문제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일에 대한 피로감이 크게 높아졌다. 신경가스로 어린아이들을 학살하는 일이 벌어져도 즉각 대응이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말이다. 북한은 여러 계산을 하며 이런 국제사회의 무력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언제 어디에 사용하려고 엄청난 양의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는지를 우리만큼 확실히 아는 나라는 없다. 북한의 화학전(戰)에 대비하고 사전(事前) 제동을 걸어야 하는 주체(主體)는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蔡 총장, 사실의 可否 확실히 설명하는 게 正常이다
[사설] 日, 수산물 禁輸 철회 요구 전에 국제 신용부터 회복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