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교원윤리위원회를 열어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 교사범(敎唆犯)으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중견 기업 회장 부인 윤모(68)씨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준 의혹과 관련해 의과대 P교수의 징계를 논의키로 했다. 윤씨는 P교수의 진단서를 토대로 10여 차례 검찰로부터 형집행정지 처분과 형집행정지 연장 허가를 받아내 2004년의 대법원 무기징역 확정 판결 후 지금까지 총 4년 넘는 기간을 교도소 바깥에서 생활해왔다. 검찰은 윤씨가 유방암·파킨슨증후군·우울증·당뇨 등의 병명(病名)으로 진단서를 떼올 때마다 형집행정지 결정을 내리고 집행정지 기간이 만료되면 기간을 연장해줬다. 그런데도 검찰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에 대해 아무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윤씨는 2002년 판사 사위가 사위의 이종사촌 동생인 이화여대 하모 학생과 불륜 관계라고 멋대로 의심해 자기 조카 등을 시켜 하씨를 납치해 공기총을 쏴 살해하도록 시킨 혐의로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윤씨는 2007년 4월부터 10여 차례 P교수가 모두 12개 병명을 사용해 작성한 진단서를 검찰에 내 형집행정지 처분과 형집행정지 연장 결정을 받아냈다.
윤씨가 입원했던 세브란스병원 특실은 하루 입원비가 200만원이다. 윤씨는 병원 생활 중 '가사(家事)' '민간요법 치료'를 이유로 20여 차례 외출·외박도 했다. 윤씨는 세브란스병원이 올 초 장기 입원이 석연찮다고 보고 자신을 내보내려 하자 두 차례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도 했다. 검찰은 한 방송사가 지난달 25일 윤씨 문제를 다룰 기미가 있자 나흘 앞서 21일 형집행정지를 취소하고 윤씨를 재수감했다.
TV 화면을 보면 윤씨는 병실에서 멀쩡히 혼자 돌아다니다가도 방송 카메라를 들이대면 손을 떨며 중환자 흉내를 냈다. 그런데도 주치의 P교수는 윤씨에 대해 '거동할 수 없는 상태'라는 소견을 내놨다. 연세대의 P교수 윤리위원회 회부는 당연한 결정이다.
일반 재소자가 형집행정지 처분과 연장 허가를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그러나 검찰은 윤씨가 12가지나 되는 병명을 바꿔 써가며 진단서를 냈어도 10여 차례나 형집행정지 결정과 연장 허가를 내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 피해 학생의 부모들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청부살해범을 시켜 꽃 같은 나이의 딸을 살해하도록 한 범인이 하루 200만원씩 입원비를 내며 4년 동안 자유인보다 더 자유롭고 호사스럽게 지내는 걸 보고 대한민국을 법이 살아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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