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7~8일(현지 시각) 정상회담을 갖고 '미·중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對北) 제재를 이행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과 대화를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다. 톰 도닐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북한(핵 보유 불인정 및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완전한 합의에 이르렀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문제가 미·중이 협력해야 하는 핵심 분야라는 입장을 밝혔고, 시진핑 주석 역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도 브리핑에서 "미·중 정상이 북한 핵 문제에 같은 입장과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후 미·중 정상은 매년 한두 차례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해 왔지만 이번 오바마·시진핑 회담처럼 '북의 핵 보유 불용(不容), 비핵화 추진'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내걸고 미·중이 협력하기로 공개 다짐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과거 미·중 정상회담은 미국 측이 '중국은 북핵 문제에 좀 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하면 중국 측은 '북을 너무 압박하지 말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하라'는 어정쩡한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이번 합의는 중국이 과거와 달리 북의 핵 포기 쪽으로 정책의 중심을 옮기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국이 북의 핵 보유로 인해 한국이 자위적(自衛的) 차원의 대응을 모색하고, 일본은 재무장(再武裝)으로 치닫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대비가 강화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바마와 시진핑은 이번에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의 휴양지 란초미라지에서 의전(儀典)과 격식에 묶이지 않은 채 이틀간 무려 8시간 만났다. 미국과 중국 관계의 기본 틀을 새로 짜기 위해서였다 한다. 중국은 그간 과거의 강대국들처럼 미·중이 서로 적대시하면서 경쟁하지 말고 대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공존의 길을 찾는 '신대국(新大國) 관계'를 요구해 왔다. 오바마·시진핑이 의견을 나눈 미·중 신대국 관계의 첫 시험대가 북한 핵 문제가 됐다.
북한이 미·중 정상이 한목소리로 요구한 핵 포기를 흘려듣고 한·미 등과 대화하는 시늉만 하면서 핵 개발을 고집할 경우 북한의 앞날은 예측하기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한국·미국 등은 그간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미·북 관계 정상화, 대규모 대북 경제 지원 등을 약속해 왔다. 북한은 자신들의 활로(活路)는 핵이 아니라 비핵화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미·중은 북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필요하다면 비핵화 이후 구체적 대북 지원 계획을 북한에 보여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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