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는 지난 5일 "5월 10일경 새로운 (한·미) 해상 합동훈련을 구실로 핵탄을 적재한 니미츠호 항공모함 타격 집단이 부산항에 들이닥치게 된다"며 "개성공단 정상화를 원한다면 (남측이) 우리에 대한 적대 행위와 군사적 도발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낮에 남쪽을 향해 포격을 하고 함정을 폭침하는 북한이 연례 한·미 훈련을 트집 잡아 남북 관계 파행 책임을 한국에 뒤집어씌우는 것은 우스운 소리다.
한·미 정보 당국은 이날 북한 국방위가 '5월 10일경 미국 항모 니미츠호가 부산항에 들어온다'고 언급한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니미츠 항모가 오는 10일을 전후해 부산항에 입항해 한·미 연합 해상 훈련을 가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미는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아직껏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껏 공개된 정보는 미 해군이 지난 3일 홈페이지를 통해 니미츠호의 동향을 전하면서 '7함대 책임 구역에 진입했다'고 언급한 게 전부다. 7함대의 작전 지역은 아시아·태평양과 인도양에 걸쳐 있다. 한국·미국·일본 언론도 니미츠호의 5월 10일 부산항 입항이나 한·미 연합 훈련 계획을 보도한 적이 없다.
2009년 초 미국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해마다 미국 항모가 한두 차례 부산항에 들어왔지만, 니미츠호가 한반도 해역에 파견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미 해군 홈페이지를 보고, 한·미 해상 훈련 전례(前例)에 비추어 니미츠의 부산 입항을 유추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보기엔 북한의 주장이 너무 상세하고 정확하다.
합참은 현재 북한이 어떻게 한·미가 발표하지도 않은 한·미 훈련 계획과 미 항모의 부산항 입항 날짜까지 확실히 파악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한·미는 친북 휴민트(정보 수집용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유출, 북의 한·미 군 정보 해킹 등 여러 가능성을 모두 조사할 계획이라 한다. 2010년 한국군 현역 소장(少將)이 북한과 전쟁하는 상황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작전계획 5027'을 북한에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2005년에는 초급 장교의 실수로 작계 5027 중 73쪽 분량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북한이 미군 항모 동향과 한·미 훈련 내용을 미리 파악할 수단을 갖고 있다면 우리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한·미는 이번 일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 군의 군사기밀 취급 시스템과 자세를 일신(一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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