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새 북한 지도부에 대해 바깥세상이 품었던 한 조각 희망과 기대도 날려버렸다. 당장 낭패스러운 것은 대한민국의 두 대통령 후보일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13일 "북이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겠다"며 "북이 어떻게 하면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약속을 지키면 얻을 수 있는 대가가 무엇인지도 보여주겠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는 "북의 로켓 발사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로 반대한다"며 "이명박 정부는 로켓 발사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안보 무능을 드러냈다"고 했다.
박 후보 발언은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담 때 발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 그대로이고, 문 후보 발언은 "이명박 정부 들어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종래 주장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두 대통령 후보가 생각해 왔던 북한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박 후보는 지난 9월 인터뷰에서 "북한 새 지도부가 적극적 변화를 모색하기를 기대한다"며 "김정은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문 후보는 한반도 평화 구상 공약에서 "북한 김정은 체제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는 아버지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시험 발사 위업(偉業)을 계승하겠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를 주도한 김정은을 만나 무슨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건지 궁금하다. 문 후보는 김정은 체제가 미사일 발사를 통해 과거와 다른 모습을 어떻게 보여줬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문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대북정책 노선은 바탕부터 허물어지고 만다.
클린턴 미 행정부가 미·북 합의를 통해 북핵을 동결하려 했던 시도도, 부시 행정부가 대북 압박을 통해 북의 체제를 교체하려 했던 노력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말로는 북핵을 용납지 않겠다지만 실제 행동은 북이 개발한 핵과 미사일을 기정사실로 보고 외부 확산만 막는 쪽으로 정책 중심이 이동한 게 아니냐는 느낌을 준다. 북이 미 본토까지 위협할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지금 미국 역시 대북정책의 틀을 다시 짜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은 북의 미사일 발사에 앞서 '유엔 결의안'을 언급하고 '신중한 행동'을 촉구했다. 일부에선 북이 새로 출범한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강력한 경고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의 미사일 발사는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지금까지 가정(假定)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결국 북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과 미국 대북정책의 전제(前提)를 무너뜨리고 그에 입각한 전망도 흔들어버렸다. 19일 대선에서 선출될 대통령이 당장 맞게 될 국가 안보 과제는 남북관계의 단기적 개선이 아니라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는 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두 후보는 현 사태에 대한 냉철한 진단부터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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