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미국의 모든 문서에 '위안부(慰安婦)'를 영어로 번역한 'comfort women'이란 용어를 쓰지 말고 '강제적인 성노예'(enforced sex slaves)라는 표현을 쓰라고 지시했다고 미국 언론이 9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은 10일 국회 답변에서 "성적 노예라는 표현은 틀린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인권위는 1996년 여성폭력 철폐 결의안을 통해, 일본에 강제동원돼 일본군의 성적(性的) 노리갯감이 됐던 여성들을 '성노예'라고 규정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1996년 보고서에서 "일본군 성노예는 강제노동을 금지한 ILO 협약 29호 위반"이라고 했다. 미국 하원은 2007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안에서 "일본 정부는 젊은 여성들을 성노예로 만든 사실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국제 사회는 일본이 2차 대전 때 한국·중국·동남아 여성과 인도네시아에 살던 네덜란드 여성들을 군 위안소에 끌고 가 성적 착취행위를 한 것은 반(反)인륜, 반(反)인권 전쟁 범죄이기 때문에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인륜 범죄는 전쟁이 끝나도 사면(赦免)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런데도 일본은 미국에 세워진 '성노예 피해여성 기림비' 철거 운동을 하라고 자국 외교관들에게 지시하고 일부 몰지각한 일본인들은 일본의 이런 부도덕한 행위를 후세에 알리려는 상징물을 훼손하는 짓을 예사로 하고 있다.
우리의 공식 문서나 법률은 성노예라는 표현에 당사자들이 거부감을 표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관행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표기해왔다. 하지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11일 "(클린턴이 성노예 표현을 쓰라고 지시한 것은) 우리의 마음을 읽어준 것으로 매우 기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일본이 위안부란 표현으로 반인륜적 범죄의 진상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우리도 공식 문서 표기를 일본의 죄상(罪狀)을 직접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표현으로 바꾸는 게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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