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아침 10시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대법원 재판과 관련해) 다 같이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칠 수 있는 소식을 기다려 보십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10시에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1·2심서 유죄 판결을 받고 상고한 '나꼼수' 방송 진행자 정봉주씨에게 최종 판결을 선고하기로 돼 있었다. 나꼼수는 19·20일 정씨 사건의 주심 대법관 이름까지 들먹이며 대법원에 무죄 판결 압박을 넣었다. 이 부장판사는 나꼼수의 무죄 판결 캠페인에 호응이라도 하듯 대법원이 정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게 옳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급심 판사가 최종심을 맡은 대법원의 판결 방향에 대해 개인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일부 법관은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라는 글을 올려 법관의 신중치 못한 언행이 문제가 된 뒤, 대법원장이 법관은 사적(私的) 공간에서도 언행을 조심해달라고 세 번씩이나 당부했는데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지방법원 판사들이 대법관은 물론 대법원장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형국이다.
판사는 국회의 탄핵 발의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지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 대법원 징계위원회의 정식 징계에 의하지 않고는 정직(停職) 처분도 받지 않는다.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외부 압력에 굴하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하라는 뜻이지 신분이 보장됐으니 마음대로 말하고 행동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대법원은 막말 판사들이 재판을 맡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법원은 자기 친구와 친척에게 법정관리 회사 이사를 맡긴 판사를 사법연수원 연구법관으로 옮겨 재판에서 손을 떼게 한 적이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농성을 벌여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게 검찰이 기소권을 남용했다며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판사를 국정 현안과 무관한 재판을 하는 가정법원으로 인사 이동시킨 일도 있다. 대법원은 법을 고쳐서라도 막말 판사들에 대해선 재판 당사자들이 '법관 기피'를 요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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