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달부터 잇따라 내부 회의를 열어 경찰 자정(自淨)과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도 경찰 조직을 지금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경찰이 처한 상황은 위기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건설현장 식당 '함바' 운영권을 알선하는 브로커로부터 17차례에 걸쳐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경찰 간부 수십명이 이 브로커를 만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대 출신 간부가 보험금을 노리고 자기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한 전직 경찰관은 불법 도박장을 함께 운영해 온 사람이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자 그의 집에 불을 질렀다. 경찰관이 직접 마약 거래에 뛰어들고 마약사범 뒤를 봐주다 적발됐다. 퇴폐 업주를 감싸 온 경찰 6명이 파면·해임됐고 33명이 감봉 처분을 받았다. 고질적인 전·의경 구타와 가혹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 조직 일부의 일탈(逸脫)이라기보다는 그간 쌓여온 경찰 조직문화와 체제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듯하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작년 8월 취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경찰 개혁'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조 청장이 내놓은 경찰 개혁안은 비리가 터지면 암행 감찰(監察)을 강화하고, 전·의경 관리 문제에선 지휘관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식이다. 과거부터 수없이 되풀이해 온 대증(對症)요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병(病)을 고치려면 그 원인부터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 그런 뒤에 병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 고칠 것은 고치고 보강할 것은 보강해야 한다. 현재로선 경찰 스스로 경찰 개혁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정부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경찰 조직 전체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그에 따른 종합적 개혁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리와 불법에 둔감하거나 온정적인 경찰 조직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경찰이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게 해 주되, 잘못에 대해선 철저히 책임을 묻는 원칙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 경찰 인사와 처우부터 조직 운용, 포상과 징벌, 내부 비리 감시체제에 이르기까지 경찰 관련 법과 시스템 전반을 다시 짚어보고 개선책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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