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주요 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환율을 정책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현실화하면 세계 경제 회복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자국(自國)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며 '환율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밝힌 것이다.
일본 은행이 최근 5조엔대의 자산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과 유럽도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진 경제권은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고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브라질·인도·태국 등 신흥국들도 외국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와 달러 매입을 통한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최근 원자바오 총리가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서 "위안화가 급속히 절상되면 세계 경제에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일축하는 등 완강한 태도다.
전 세계 환율 전쟁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하루 3억달러 넘게 밀려오면서 한 달여 만에 원·달러 환율이 80원 가까이 떨어졌다. 환율 조정을 미루다가 짧은 기간 내에 너무 빨리 하락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달아오르지만 수출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외환시장에는 위안화·엔화 자금이 폭발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돈다.
정부는 G20 의장국이라는 체면 때문에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을 자제해 왔다. 이렇게 손을 놓고 있다가는 투기성 자금이 몰려와 금융시장을 뒤흔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 겪었던 외환위기는 투기성 외화가 2년 안팎의 기간 집중적으로 들어왔다가 몇 개월 사이에 단번에 빠져나간 데서 발생했다. 외환보유고 총액을 늘리는 데만 골몰할 일이 아니라, 단기간 내 유출에 대비해 환금성 높은 외화자산 보유를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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