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각)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 환율이 1209원으로 뛰어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올라선 것은 작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대표적 신용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연중 최고치인 1.46%포인트까지 치솟으며 지난 3월 17일 0.73%포인트의 2배가 됐다. 한국의 부도 위험이 2배로 커졌다는 뜻이다.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직접 원인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 남·북한 사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불안이라는 악재(惡材)가 겹쳤다.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 등의 재정위기가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로 번져가고 세계 경제가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면서 미국과 유럽 증시도 약세다.

천안함 사태와 유럽발(發) 위기라는 두 변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내다보기 어렵다. 아직은 금융시장을 뒤덮고 있는 먹구름이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 수출 증가율이 30%대를 유지하고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모두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사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원화 환율이 대외환경 변화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4월 말 이후 환율은 1108원에서 1194원으로 7.7% 올랐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유로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6.6% 떨어졌다. 붕괴설까지 나도는 유로화보다 원화가 더 떨어진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지만 외부 충격에 쉽게 휘둘리는 허약 체질은 바꾸지 못한 것이다. 천안함과 유럽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정부의 거시경제 관리 대책과 함께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근본 방안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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