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그동안 소수자(少數者) 배려를 위해 각 지방의회 비례대표로 영입했다고 선전해 오던 대표 인물들이 실제론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서울시 의회 비례대표 후보에선 다문화(多文化)가정 몫이라던 귀화(歸化) 필리핀인 자스민씨가 빠졌다. 체조 스타 김소영씨는 장애인 배려 몫으로 비례대표 6번으로 들어갔지만 사실상 당선권 밖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전이경씨도 부산시 의회 비례대표에서 빠졌다. 전씨는 여성 대표 자격이라고 했었다.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 싫다는 사람을 굳이 끌어들였다고 자랑하던 결과가 이렇다.

한나라당은 경기도·대전시 의회 비례대표로 몽골과 태국 출신을 상위 순번에 배정하고, 인천시 의원에는 탈북 이주민을 1번으로 배치하긴 했다. 그러나 이것을 소수자와 귀화 외국인을 위한 특별 배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당의 이미지를 쇄신해줄 '소수자 대표'를 대신해 들어간 인물들이 고개가 끄덕여지는 얼굴인 것도 아니다. 서울시 비례대표 1, 2번은 현직 시의원과 구의원이 차지했다. 다른 시·도 역시 당(黨) 여성위원장 등 자기 식구로 대부분 채웠다. 실제 공천권을 쥐고 있는 시·도당의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생각에 염치와 체면을 내던져버렸다.

지방선거 공천에 앞서 한나라당은 서울 3곳, 부산·경기 각 2곳, 나머지 시·도에서 각 1곳 이상의 기초단체장 후보를 여성으로 공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약속이 지켜진 곳은 15개 시·도 중 4곳뿐이다. 유권자가 직접 공천하게 하겠다며 국민배심원단을 구성해 놓고도 실제로는 배심원단이 '부적합' 결정을 내린 후보를 그대로 공천한 곳도 있다. 비리혐의로 체포된 당진군수 자리는 공천포기를 선언했다가 2주 만에 뒤집었다. 한나라당이 이러고도 국민에게 표를 모아달라 할 수 있겠는가. 이러고도 승리를 자신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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