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일 한나라당 중진의원 청와대 오찬 회동 이후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미증유의 국가위기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여전히 ‘친이(親李)’ ‘친박(親朴)’ 간에 파열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오찬회동에 다녀온 ‘친박 좌장’ 김무성 의원(부산남구을·4선)을 만나 비주류 친박의 진로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2월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졌다.
집권 여당이 위기극복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중진의원으로서 국민 여망을 어떻게 읽고 있나.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국민 정서를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 경쟁자였지만 지금은 경쟁자가 아닌 박근혜 전 대표와 그쪽 사람들을 포용하고 같이 가야 한다. 대통령은 역사의 주인공으로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그쪽에서 문을 안 열어주니까 굳이 가서 문 두드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면 안 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쌍방간에 대화가 되어야 한다. 협조할 것은 적극 협조하고 지적할 것은 지적하면 대화가 될 것으로 본다."
2월 2일 청와대 오찬을 계기로 한나라당이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보나.
“타이밍도 맞았고 형식도 괜찮았다. 오찬 회동을 계기로 쌍방의 대화와 교류의 통로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해 나도 작심하고 대통령께 많은 얘기를 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한 자신의 발언이 잘못 전달되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앞에서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나.
"미국에 가봤더니 거기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상태였다. 미국은 여야가 하나 되어 대통령 취임 100일 안에 정책을 쏟아 붓고 있었다. 우리는 여야가 싸우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네 가지를 정중하게 부탁했다. '첫째 대통령께서 소통과 통합을 선도해 달라. 대통령께서 한나라당 내부부터 통합의 계기를 만들어달라. 그럴 힘과 능력은 대통령밖에 없다. 둘째, 국민에게 눈물로 호소해달라. 위기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려 공감대를 만든 뒤에 그 힘을 등에 업고 야당과 대화를 해달라. 야당이 안 온다면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설득해달라. 셋째, 대통령 혼자 너무 고생하는 것 같은데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달라. 마지막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의지가 충만해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일할 기회가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 얘기가 전부였나.
"아니다. 모두에 이런 말도 했다. '지독한 좌파 집권 10년 동안 우리가 청와대 앞에 와서 항의하고 돌아가면서 집권의 의지를 불태웠다. 그런데 집권한 지 1년 만에 청와대에 처음 들어왔다. 너무 하시지 않았느냐'고 말씀드렸다. '10년 동안 한나라당이 야당의 기초를 닦았기 때문에 집권할 수 있었다. 때문에 우리 모두가 집권세력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도 드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여의도정치'에 대해 불신을 피력했다. 그런데 이번 오찬회동에서 "어려우니 당 생각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보는 대통령의 관점이 바뀌었다고 해석할 수 있나. "대통령께서 그 동안 정치를 안 했다. 비효율적인 분위기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는 비효율이 극치인 세계다. 민주주의 정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지리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참여의식이 고취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시각이 변했다고 느꼈다. 자신감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이 대통령의 '탈(脫)여의도정치 성향'이 바뀌어간다는 뜻인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닌 것 같고. 그쪽도 그런 구석이 있구나 하는 정도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
지난 1월 말 잠시 김 의원의 행정안전부 장관 입각설이 나오지 않았나.
"이동관 대변인이 자천타천으로 내 이름을 거론했는데, 나는 그런 적이 결단코 없다. 나는 그 얘기 나올 때 미국에 있었다. 휴대폰도 사무실에 두고 갔다."
행정안전부 장관에 교수 출신인 이달곤 의원이 내정되었다. 내무부 차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이 인사를 어떻게 보나.
"반반이다. 이달곤 내정자가 행정대학원장을 오래해 행정전문가로 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아는 사람이니 잘하리라고 본다. 한편으로는 이 시점에서는 강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 갔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 인사가 한나라당을 배려한 것으로 보나.
"마지못한 배려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위기 해결에 당정이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 동안 당을 대하던 태도와 비교하면 큰 인식의 변화로 보인다.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 성장률 -3.6%, 올 1월 수출이 전년 대비 -32.8%였다. 위기가 찾아오면 당의 뒷받침이 필요한 것 아닌가."
당장 4월 재보선 공천이 걸려있다. 당 화합을 위해서 재보선 공천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과거에는 어느 지역은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영남도 장담 못한다. 그야말로 당선가능성 위주로 공천을 해야지 계파나 주류, 비주류를 따져서는 안 된다. 그 바로미터가 경주 보궐선거다."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층 가운데서도 청와대에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지는 충신이 없다고 말한다. "나도 조그만 기업을 해봤지만 대통령은 대기업 CEO로서 얼마나 많은 일을 했나.
너무 많이 아니까 자기 주장이 강한 것이다. 웬만한 실력 가지고서는 대통령한테 설득을 당한다. 대통령이 잘못 가면 목을 내걸고 대통령과 싸워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인간관계 형성 기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다른 얘기를 못한다. 지도자와 참모진은 그런 긴 시간이 필요하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지도자가 오해를 하지 않는 인간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청와대비서관과 내무부 차관을 지낸 중진의원으로 용산참사에 대한 여론을 어떻게 읽고 있나.
“여론은 공권력 집행이 잘못되어 그런 참사가 일어났다는 쪽이라고 본다.”
정치를 오래 한 사람으로 용산참사를 수습하는 최선의 방법은 뭐라고 보나.
"정치가 무조건 여론만 따라가서는 안 된다.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맞으면 죽을 화염병을 던진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경찰에 화염병을 던질 수 있나. 공권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생겼다고 경찰총수를 교체하면 경찰이 어떻게 일을 하겠나."
공성진 의원은 "냉소적이고 방관자적 자세로 이 정권을 바라보면서, 순간적 인기로 다음 (대권)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잘못됐다"고 말했는데. "거기에 대해선 할말이 많은데…. 공성진 의원 상대로 말하고 싶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 40.0%,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17.7%,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9.1% 순으로 나왔다. 박근혜 의원이 압도적 지지율 1위가 계속 나오는 배경이 뭐라고 보나.
"글쎄, 사실은 그게 이해가 안 간다.(웃음) 굳이 해석하자면 진중하고 품위 있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경선 전까지는 박근혜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 평가를 받았다. 경선에 패배했을 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후 진중하게 행동했다. 타고난 지도자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박근혜 의원이 약속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고 거짓말을 안 한다고 보는 것 같다."
보수진영에서도 '박근혜 의원이 방관자적 비판자의 입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수없이 한 얘기지만 19명이 한나라당에 복당하는 날부터 우리는 배려는커녕 엄청난 모욕을 당했다. 의미 있는 만남과 대화는 한 번도 없었다. 속이 튀어나올 것 같이 불편했지만 참았다. 10년 좌파정권의 적폐를 일소하려면 1년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우리가 안 나선 것에 대해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비판하고 지적할 일이 어디 한두개인가.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도 문을 안 열어 준다고 해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걸 뛰어넘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