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카페. 내부에 커다란 족욕통이 있고, 10여명의 손님들이 앉아 발을 담그고 있다. 차를 마시면서 족욕도 즐길 수 있는 '닥터피시' 카페다. '사람의 각질을 먹는다'는 '닥터피시' 체험 열기가 찜질방, 테마파크, 온천뿐 아니라 카페에까지 퍼진 것. 닥터피시 체험장을 설치한 업체들은 "각질 제거, 마사지 효과는 물론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건선 등의 피부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닥터피시'는 37℃의 온천에서 서식하는 잉어과의 물고기. 터키 캉갈 온천에 서식하는 '캉갈피시(학명 가라루파·Garrarufa)'를 일컫는다. 물 속에서 사람의 피부를 핥는 짓을 통해 아토피 등 피부질환을 치료한다고 해서 '닥터피시(의사 물고기)'로 불리게 됐다. 현재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 대체 의학용으로 쓰인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수백 마리의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달려든다. 각질이 많을수록 물고기들이 많이 몰린다. 닥터피시 카페에서 만난 이민정(25)씨는 "물고기들이 피부에 달라붙으니 간지럽기도 하고 조금 찌릿한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닥터피시'는 대부분 '중국산 짝퉁'. 현재 온천, 찜질방, 카페 등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닥터피시'는 대부분 캉갈피시가 아니라 중국의 친친어(親親魚·'뽀뽀하는 물고기'라는 뜻)다.

'진짜 닥터피시'인 터키산 캉갈피시(위)와 '짝퉁 닥터피시' 중국산 친친어. 생김새부터 다르다.

그렇다면 중국의 친친어도 '닥터피시'의 한 종류로 봐야 할까? '닥터피시 주식회사' 유준호 공동대표는 "친친어는 의학적으로 효능이 검증된 바가 전혀 없고,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피부 테라피에 사용하지 않는다"며 "닥터피시는 오직 캉갈피시 한 종뿐"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이 친친어를 닥터피시로 소개하면서 '아토피 등 피부 질환을 치료한다'고 홍보하는 것은 명백한 과장 광고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친친어 판매업체 대표는 "친친어의 의학적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은 맞지만 캉갈피시의 경우도 의학적으로 입증된 건 논문 하나밖에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캉갈피시와 친친어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캉갈피시는 잉어과에 속하고, 친친어는 농어목 시클리드과에 해당한다. 캉갈피시는 빨판형의 입을 통해 피부를 빨아먹지만, 친친어는 돌출된 형태의 입으로 피부를 쪼아서 각질을 먹는다.

'진짜 닥터피시'인 캉갈피시는 정말 피부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을까?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의 마틴 그라스베르거 박사는 "67명의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닥터피시 테라피와 자외선 테라피를 병행한 결과, 환자들의 PASI(건선 부위 및 심각도 지수) 수치가 낮아지는 등 상태가 호전됐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일부 업체들은 "닥터피시가 이용되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할 만큼 효과가 입증됐다"고 광고하지만, 실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닥터피시 테라피에 대한 공식적인 의료보험 혜택은 없다. 일부 사설 의료보험사가 고객과 계약을 할 때 지원 여부를 결정하긴 하지만, 극히 드문 경우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닥터피시의 치료 효능에 의문을 표시한다. 아토피클리닉 한성호 전문의는 "각질 제거를 해서 피부 미용에 좋다는 건 몰라도 아토피 치료와 각질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아토피나 건선은 각질을 떼어내면 간지러운 증상이 더 커질 수 있어 오히려 환자들에게 떼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각질을 제거하면 오히려 감염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재훈 피부과 전문의는 "물의 상태가 청결하지 못한 경우 물고기가 각질을 뜯어먹는 과정에서 상처가 생기면 그 상처에 오염된 물이 들어가 치료는커녕 병만 얻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가정의학 전문의 양원탁 원장은 "여러 명이 한꺼번에 발을 담그는 게 문제"라며 "똑같은 물고기가 이 사람 저 사람 각질을 뜯어먹다 보면 상처부위를 통해 에이즈, B형 간염 등도 옮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