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전 대표 김경준(구속 기소)씨가 18일 "내 문제로 온 나라에 큰 소동을 빚은 점에 대해 한국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영문 편지를 썼고, 어머니 김영애씨가 이 편지를 지검 기자실에 전달했다.
김씨는 편지에서 "내 문제가 계속 정치적 이슈가 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내 사건이 내 개인적인 문제로 방어되길 원한다. 검찰과 있었을 수도 있는 오해가 더 지속되는 것을 피하고, 더 이상 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앞으로 좀 더 신중한 방식을 택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영애씨는 편지를 기자실에 전하면서 “아들이 자기 문제를 정치적으로 처리하기 싫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경준씨의 편지 내용은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김씨는 그간 검찰이 자신을 회유했다는 내용의 메모를 공개하는 등 검찰과 대립각을 세워 왔다.
김씨가 대선을 하루 앞둔 시점에 무슨 뜻으로 이런 편지를 썼는지에 대해 수사팀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 주변에선 “내용만을 놓고 보면 김씨가 종전 주장을 상당 부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씨는 가족을 통해 수사 결과 발표(5일) 직전인 지난 4일 공개한 메모에서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 대해 유리한 진술을 하면 형량을 낮춰주겠다고 했다"고 했는데, 이를 "검찰과 있었을 수도 있는 오해"라는 식으로 표현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중견 변호사는 "적어도 심경의 변화는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는 수사 발표 이후 검찰 조사를 거부해오다 이날부터 검찰 조사에 응했다.
김씨는 이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보석을 청구했다. 김씨는 오는 24일로 잡힌 첫 재판도 “준비가 덜 됐다”며 날짜를 미뤄달라고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