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게 무덤덤해질 때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모든 게 밝혀질 날이 꼭 다가올 것만 같아서 늘 두려웠어요. 최근 신정아씨 사건이 터지자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어디론가 숨고 싶었어요….”

학·석사 학위를 속인 채 7년간 KBS 라디오 영어강의 프로그램 ‘굿모닝 팝스’를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난 이지영(여·38·사진) 강사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심경을 토로했다. 〈본지 7월 19일자 A2면 참조〉

이씨는 지난 18일 기자와 만나 “병을 잘 고친다고 해서 의대도 안 나온 사람이 환자를 치료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그동안 학력을 속이고 영어를 가르쳐온 자신을 반성했다. “(굿모닝팝스의) 청취율이 올라가지 않는 것도 모두 내가 거짓이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씨는 “거짓으로 내세운 학력을 실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남보다 더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이익훈 어학원 종로점 강사 시절(1996~2000년) 잠을 거의 안 자고 강의를 준비했다고 했다. 주말에는 무료공개 강좌를 했고, 결석을 안 하는 학생에겐 각종 학습자료를 추가로 제공해 학생들을 끌어 모았다고 한다.

이익훈 원장은 “당시 다른 100여 명의 강사들한테 ‘이지영만큼만 하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씨의 한 동료강사는 “(이씨가) 강의 수입으로만 월 1000만원 넘게 벌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작년 결혼해 17개월 된 아들을 둔 이씨는 “결혼하기 전에 모든 게 밝혀졌더라면 고통이 덜했을 것”이라며 “남편, 시부모님, 아이를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자가 허위학력 기재 여부에 대해 확인을 요청한 18일에야 남편에게 영국에서 학위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씨는 “그동안 열성적으로 방송을 들어준 청취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19일 굿모닝 팝스 진행을 그만둔 이씨는 “죽고 싶은 마음뿐이며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씨는 영국 브라이튼대(Univ ersity of Brighton) 학·석사 학위를 내세워 영어강사로 활동해 왔지만 실제 학력은 국내에서 초·중·고를 마친 후, 영국에서 랭귀지 학원 1년, 기술전문학교 1년을 수학한 것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