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 박사로 잘 알려진 부경대 식품공학과 조영제 교수는 28일 “비오는 날 생선회를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손님 대접 제대로 받고 맛있는 회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오히려 좋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연합뉴스 6월28일 보도〉

옛날 어른들은 여름철에도 비가 내리면 회를 먹지 말라고 했다. 비오는 날 회를 먹지 않는 것은 오랫동안 민간에서 회자되던 속설이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과거의 현실을 생각하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고, 현재를 생각하면 너무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소리일 것이다. 도대체 왜 ‘비가 오는 날 회를 먹는 것’은 문제가 될까. 아직도 비가 내리면 흔한 말로 김치전을 부쳐 먹는 게 더 나은 것일까?

시간을 약간만 과거로 되돌려보자. 중세의 도시가 얼마나 비위생적이었던 지를 따지지 않더라도 1970년대의 재래시장을 연상해보자. 당시에는 활어라는 개념이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트릭 쥐스킨트 원작의 ‘향수’를 보면 시장에서 풍겨오는 비린내를 맡을 수가 있을 것이다. 수조는 없었고, 비가 내리면 시장 안은 진창이 되었고 악취가 풍기곤 했다. 여름이라도 비가 오는 날이면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위생이라는 문제 때문이었다.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면 어선은 조업을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여름철에 폭풍주의보가 해상에 내려지면 며칠 동안 바다에 나가지 못했고 싱싱한 생선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당일 들어온 생선이 아닐 것이라는 의구심과 더불어 회로 먹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성원 사장은 이제는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씨는 “날씨가 나쁘다고 해서 회를 먹는데 별 문제는 없다”며 “보관 기술이 발달했고, 먹을 만한 생선이 없다는 걱정은 옛날 얘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래 살아있는 생선들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맛이 없다고 하지만 그런 건 장사가 안 돼서 물건이 돌지 않는 경우에나 나오는 얘기”라고 했다.

서울 같은 대도시의 경우는 어떨까. 서울에서 ‘당일 직송’이라는 간판이 걸린 대형 횟집에서 저렴하게 회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싱싱한 생선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으므로 생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식당의 경우는 보다 경험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해왔다. 같은 여름이라도 맑은 날씨에 더운 날과 비가 와서 습한 날씨에 더운 날은 위생적인 면에서 차이가 난다. 습기가 찬 날에는 냄새가 나고, 대장균이라든가 식중독 균에 대해서도 더 민감해지곤 했다.

냉장시설이 개선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큰 호텔이나 일식당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면 주로 아이스박스에 물건을 넣어서 보관하곤 했다. 이처럼 아침 일찍 수산시장에 나가 구해온 해산물을 보관하는 방법은 마땅치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양식 생선들이 드문 때였고 자연산이 중심이었으므로 비가 와서 조업을 하지 않으면 생선을 구할 방법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일식집 ‘스시 효’의 안효주 사장은 비가 오는 날은 아무래도 생선에 수분이 많다고 한다. 그는 “수건을 갈아주면서 물기를 잘 제거해주면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하지만 손님들은 비가 오면 회보다는 아무래도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고 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관리에만 신경을 쓰면 위생적인 측면에서나 맛에서나 별 차이가 없으나 손님들이 잘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어느 나라보다도 해산물을 많이 먹는 일본도 날 생선을 먹는 걸 자제했다. 일본에서 요리를 배웠다는 일식집 ‘옌’의 주인인 남경표씨는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 초밥에도 식초를 더 넣었고, 생선은 더 많이 구워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프랑스 궁정에서 굴에 레몬을 치던 것과 마찬가지로, 생선을 완전히 익히면 수분이 빠지고 맛도 푸석푸석하지만 위생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활의 지혜였다.

하지만 일본의 생선회 전문가들도 이제는 과거의 속설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회를 먹어도 된다고 했다. 식당들의 위생 관념이 훨씬 나아졌고, 보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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