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4.25 10:08
고대 로마 검투사로 추정되는 유골에서 선명한 사자 이빨 자국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그 시대 검투사와 동물 간 싸움이 존재했다는 최초의 물리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일랜드 메이누스대학 팀 톰슨 교수가 이끄는 아일랜드·영국 공동 연구팀은 24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을 통해 유골에서 대형 육식동물에게 물린 자국을 확인했다며 “로마 시대 오락 행위의 잔혹성과 이런 잔혹한 검투가 당시 로마 지역을 넘어 널리 확산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유골은 영국 요크 지역의 고대 로마 도시 에보라쿰 근처 드리필드 테르스 공동묘지에서 발굴된 것으로 2~3세기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묘지는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검투사 묘지 중 하나다. 2004년부터 상태가 잘 유지된 젊은 남성 유골 80여 구가 잇따라 발견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유골에 남아 있는 자국들을 3차원으로 스캔했다. 이어 현대 동물학 표본 등을 이용해 여러 동물에게 물린 자국과 비교했다. 그 결과 엉덩이뼈 등에 남아 있는 자국들이 사자 같은 고양잇과 동물의 이빨 자국과 일치함을 알아냈다. 검투사의 사망 당시 나이는 26~35세로, 물린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사자에게 물리는 검투사 이미지는 로마 시대 모자이크, 도자기, 조각 등에 다수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유골 등에서 그 증거가 확인된 적은 없었다”며 “이는 로마 시대 영국에 대한 지식에 새로운 자원을 더해주고, 이 지역 삶에 대한 연구에 새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톰슨 교수도 “그동안 로마의 검투사가 사자 같은 맹수와 싸우는 광경에 대한 이해는 역사적 텍스트와 예술적 묘사에만 의존해 왔다”며 “이번 발견은 그런 행위가 실제였음을 직접 보여주는 첫 물리적 증거로, 로마 시대 오락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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