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4.17 16:03
세계무역기구(WTO)가 올해 세계 상품 무역이 지난해보다 0.2~1.5%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을 16일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이는 ‘관세 전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WTO는 지난해 10월 올해 상품 무역이 3.0% 성장하리라고 예측했는데,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가 잇달아 관세를 인상하자 ‘무역 감소’로 전망을 뒤집었다.
WTO는 이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올해 세계 상품 무역이 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무역은 전년 대비 2.9% 늘었는데, 올해는 교역이 위축되며 전년보다 무역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WTO는 예상했다. WTO는 “이 수치는 이번 주 초까지 시행된 세계 각국의 관세 조치를 분석해 반영한 결과”라며 “만약 미국이 교역 대상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전면 도입할 경우 이보다 더 큰 폭의 교역 위축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개선한다며 지난 2일 한국을 포함한 57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가 9일 이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WTO는 “유예 중인 상호 관세가 실제로 시행되면 충격이 더 커져 상품 교역이 (0.2%보다 큰) 1.5% 감소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이 발생한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으로 세계 무역이 타격을 입으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엔 악재다.
트럼프는 취임 후 철강·자동차 등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했고 상호 관세를 유예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145% 추가 관세를 이달 초부터 부과하고 있다. 중국이 이에 대응해 미국산 수입품에 125% 관세를 매기며 사실상 수출을 막으면서 양국 간 교역은 급감할 전망이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분리가 심각해지면 세계가 양극화된 두 구역으로 쪼개지는 지정학적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7%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