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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7 01:46
50대부터 시작되는 수면 변화
50대에 접어들면 잠이 변한다. 잠드는 데 오래 걸리고, 깊은 잠이 줄고, 자다가 자주 깬다. 예전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아침에 일찍 깨고, 낮에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수면 검사 데이터를 보면, 고령기에는 총 수면 시간이 줄면서 깊은 잠 단계인 비렘수면 3단계가 줄고, 얕은 잠 단계인 비렘수면 1·2단계가 증가한다. 생체 시계는 아침형으로 당겨지고, 수면을 돕는 멜라토닌 분비가 줄고, 시차 적응이 어려워진다. 자는 것과 깨는 것은 모두 뇌 기능이니 나이가 들면서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결과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나이 들어서도 잘 잘 수 있을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일정한 시각에 일찍 기상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상이란 잠이 깨서 눈을 뜨는 시간이 아니라 침상에서 일어나 나오는 행동을 말한다. 잠이 조절되는 두 가지 과정 중 하나는 아침에 기상하면서 밤잠에 빠지는 수면압이 올라간다는 항상성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과 9시에 일어나는 사람 중 그날 밤 10시에 누가 더 졸릴지는 예상할 수 있다.
둘째로 중요한 것은 낮에 활동을 늘리는 것이다. 오전에 햇빛을 보면서 산책을 하고, 낮 시간에 신체적·정신적으로 활동적으로 보내야 한다. 우리 몸과 마음은 해가 있을 때는 활동을 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주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되는 날이라고 해서 불규칙적으로 늦게 일어나서 집에서만 있으면 안 된다.
생체 시계는 낮에 깨어 있으라는 신호를 내게 되고 잘 시간이 되면서 점차로 이 각성 신호가 약해진다. 본인이 가진 여건 내에서 낮에는 최대한 낮답게 보내야 밤에 졸리어 잘 잔다. 낮에 집에 있더라도 커튼을 열고 실내등을 켜서 집을 밝게 하고, 집에서라도 활동을 늘려라. 거동이 어려운 경우, 앉아서라도 빛이 눈으로 들어오게 가급적 TV를 보고, 책을 읽는 등 각성 활동을 하도록 한다.
건강한 수면 습관도 중요하다. 침대에서 잠이 들고 있지 않을 때 혹은 자다가 중간에 깼을 때 시간을 확인하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침실 시계나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면, 누운 지 얼마나 지났는데 잠이 들지 못하고 있는지 혹은 중간에 깨서 몇 시간이나 잤는지 등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의 뇌는 완전히 깨게 되고, 빨리 자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겨 잠이 드는 것을 방해한다.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중간에 시간을 확인하지 않으려면, 자명종이나 알람 휴대폰을 큰 소리로 맞추어 놓고 서랍에 넣어둔 채 잠들 것을 권한다.
낮잠은 밤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낮잠은 밤 시간 수면압을 떨어뜨린다. 고령기에는 야간 수면 질이 떨어져 낮에 졸음을 쉽게 느껴 낮잠을 자기 쉽다. 굳이 자야 한다면 10~2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을 권한다. 30분 이상의 긴 낮잠을 자면, 밤잠에서 나오는 깊은 잠 비렘수면 3단계가 출현할 수 있어, 야간에 잘 수 있는 수면압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쳐 금해야 한다.
카페인은 깨어 있으면 뇌에 축적되어 졸림을 느끼게 하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의 작용을 막아서 각성 효과를 갖는다. 젊었을 때 저녁에 커피를 마셔도 밤에 잠을 잘 잤어도, 고령기에는 수면 능력이 떨어지므로 카페인 음료는 점심 식후부터 마시지 말아야 한다. 술은 잠이 드는 것을 돕지만, 중간에 자꾸 깨게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미 불면 증상으로 수면제를 복용 중이더라도 잘 자는 생활 습관을 잘 지키면, 수면제를 단기간 최소한으로 복용하도록 해준다.
불면 증상은 누구에게나 손님처럼 찾아올 수 있다. 손님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언제든지 나를 찾아올 수 있지만, 건강한 수면 습관을 유지하면서 치료해 가면 언젠가는 떠나간다는 의미다. 역설적이게도 밤에 잘 자기 위한 노력보다, 낮에 잘 깨어 있으려는 노력이 손님을 빨리 떠나게 하는 길이다. 아침에 기상하여 활기찬 낮 생활을 하다가 저녁 식사 후 쉬다가 자연스레 잠에 빠져들게 되는 편안한 하루의 흐름을 느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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