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4.09 10:54
마은혁 신임 헌법재판관이 취임사에서 “오로지 헌법 기본원리만을 기준으로 삼겠다”라고 밝혔다. 임명 과정에서 논란으로 떠올랐던 ‘이념 편향’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취지다.
마 재판관은 9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저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에 우려하시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분들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오로지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가치들인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사회국가원리 등 헌법의 기본원리만을 기준으로 삼아 헌법을 해석하겠다”고 밝혔다. 마 재판관은 또 “다수의 견해를 존중하되 맹종하지 않고,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치우치지 않겠다”고도 했다.
마 재판관은 이날 오전 8시 47분쯤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헌재에 등청했다. 마 재판관은 첫 출근길에 “헌법 재판관으로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곧이어 오전 10시 헌재 대강당에서 진행된 마 재판관의 취임식에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 8명이 모두 참석했다.
취임사에서 마 재판관은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으로 일하게 돼 과분한 영광”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제시된 헌법적 원리와 가치가 입법·행정·사법 등 모든 국가 활동의 기준으로 작동하게 되었고, 정치적 다툼이 그 궤도를 따라 진행하게 되었으며, 사회통합의 견인차가 되었다”며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쌓아온 이와 같은 성과가 더욱 공고하게 되도록 성의를 다하겠다”고 했다.
마 재판관은 “저출산과 고령화, 기후위기, 젠더 문제 등 새로운 과제와 관련해서도 헌법에 따른 문제 해결의 기준이 도출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며 진보적인 의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또 “저의 숨길 수 없는 존경의 마음을 대한국민과 여덟 분 헌법재판관님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구성원들에게 머리 숙여 말씀드리고 싶다”며 발언 도중 90도로 몸을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마 재판관 미임명 문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내내 논란이 됐다. 작년 12월 한 권한대행은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정계선·조한창·마은혁)을 임명하지 않았고, 이를 이유로 탄핵소추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넘겨받은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을 임명했지만 마 재판관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권한쟁의심판 등에서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재 구성권과 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렸다.
마 재판관은 1963년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2000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마 재판관은 서울중앙지법·서울가정법원·서울고법 등에서 25년간 재판 업무를 맡았다. 마 재판관은 판사 임관 전에는 운동권 조직과 진보정당에 몸을 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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