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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일보
ID
Y4EZDOUM35GTVOCK5MAB7QWMDQ

3월말 이상고온, 이상건조, 이례적 강풍...'최악 산불' 이유 있었다

박상현 기자
입력 2025.04.02 10:30
지난달 26일 밤 경북 산청군 시천면에서 산림청 공중진화대 및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민가 및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영남에 역대 최악 산불이 발생한 지난달 말 우리나라에 이상고온과 이상건조, 이례적 강풍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기상청에 발표한 ’2025년 3월 기후 특성‘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전국 평균기온은 10.9도로 1973년 이후 3월 하순 평균기온 중 3번째로 높았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62개 관측지점 가운데 37곳에서 지난달 하순 3월 일최고기온 기록이 바뀌었다. ’이상고온’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하순 상대습도는 평년(1991∼2020년·30년 평균) 3월 하순 상대습도(59%)보다 6%포인트 낮은 53%로 1973년 이래 7번째로 낮았다. 그만큼 건조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경북 의성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지난달 21∼26일로 범위를 좁혀보면, 이 기간 전국 평균기온은 14.2도로 평년보다 7.1도나 높았고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평균기온 중 가장 더웠다. 상대습도도 52%로 평년치보다 7%포인트 낮았다.
꽃샘추위가 찾아온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사거리 인근에 눈이 내리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중순인 16∼19일엔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이 추위는 그린란드 쪽에 공기의 흐름을 막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 서쪽 대기 상층 공기의 흐름이 정체하면서 바이칼호 쪽에 기압능이 형성돼 북극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에 발생했다.
19일 이후 그린란드 쪽 블로킹 현상이 완화되면서 바이칼호 쪽 기압능이 동진해 추위가 물러나고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기온이 크게 올랐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 상층으로 바이칼호에서 출발한 기압능이 지날 때 하층에 ‘남고북저’(南高北低) 기압계가 만들어지며 중국 내륙의 고온건조한 공기가 서풍에 실려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낮 동안 강하게 내리쬔 햇볕은 기온이 기록적으로 상승하도록 견인했다.
대류 활동이 활발한 열대 서태평양에서 상승한 공기가 우리나라 남쪽에 가라앉으면서 강하게 발달한 고기압이 느리게 동진해 남고북저 기압계가 더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계속해 확산하고 있다. 청송읍 뒷산이 뻘겋게 타오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3∼25일에는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이 예년보다 특히 강하게 발달했고 평년보다 초속 5m 빠른 서풍이 한반도로 불었다.
25일 오후부터 밤까지에는 중부지방에 저기압이 지나면서 ‘기압경도력’(기압 차로 공기가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극대화돼 바람이 매우 세게 불었다.
저기압 후면에서 분 찬 북서풍은 25일 낮 동안 뜨거워진 지상의 공기와 충돌하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안동(하회·일최대 순간풍속 27.6㎧), 의성(옥산 21.9㎧·단북 20.4㎧) 등에서 1997년 이후 3월 중 일최대 순간풍속 최고치를 다시 썼다. 영덕( 25.4㎧)에선 3월 하순 일최대 순간풍속이 기록됐다.
기상청은 “보통 기압계에 큰 변화가 없을 땐 지면이 가열되며 대기 중 공기가 섞이는 낮에 바람이 강하고 밤에는 잦아들지만, 25일에는 중부지방 쪽에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밤에도 바람이 거셌고 이에 산불이 더 빠르게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성 산불은 한때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 중 가장 빠른 시속 8.2㎞의 속도로 동쪽으로 확산했다.
대구 낮 최고기온이 23도까지 오르며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달 21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외국인들이 반팔을 입고 길을 걷고 있다. /뉴시스

이상고온과 이상건조, 강풍 현상은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최근 10년(2015∼2024년)과 과거 10년(1973∼1982년) 3월 평균기온과 상대습도를 비교하면 기온은 1.8도 오르고 상대습도는 3∼10%포인트 감소했다.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 3월 평균기온(6.1도)보다 1.5도 높은 7.6도였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는 최근 10년 평균보다 0.8도, 최근 10년 중 3번째로 낮은 10.0도였다.
3월 전국 강수량은 48.3㎜로, 평년(56.5㎜)의 89.3% 수준이었다.
하순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비가 적게 왔지만 2∼5일 강원 영동과 15∼18일 중부지방·호남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려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눈이 내린 날은 4.4일로, 평년(2.3일)보다 많았다. 내린 눈의 양도 6.8㎝로, 평년(3.8㎝)보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