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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1 00:55
경북 의성, 경남 산청 등 영남 지역의 산불로 30명이 숨지고 여의도 면적의 165배에 달하는 4만8000ha가 불탔다. 이재민도 3만7000명 발생했다.
그러나 폐허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났다. 실의에 빠진 주민들을 돕기 위한 기부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까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사,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주요 구호 단체에 모인 성금만 738억원을 넘어섰다.
이준용(87) DL그룹 명예회장은 이날 산불 이재민을 위해 10억원을 기부했다. 한국전력은 산불 피해 지역 주민에게 총 76억원 규모의 전기 요금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가수 임영웅이 4억원, BTS 멤버 뷔가 2억원을 기부하는 등 연예계 기부 행렬도 이어졌다.
◇기업 회장부터 인기 스타까지… 고향사랑 기부도 이어져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는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과 공장 등 6479동이 불에 탔고 소, 돼지 등 가축 8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은 산림 등 1만6302ha를 불태우고 9086억원의 피해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은 피해 면적만 해도 4만8000ha로 울진·삼척 산불의 3배 수준”이라며 “실태 조사를 진행할수록 피해는 더 불어나 2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산불 피해 현장은 폐허로 변했지만 국민들의 온정은 뜨거웠다.
지난달 31일 주요 구호 단체에 따르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는 이날까지 265억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대한적십자사에는 245억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208억원, 월드비전에는 19억원이 모였다. 전부 738억원 규모다.
이준용 DL그룹 명예회장은 이날 “영남권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써달라”며 희망브리지에 사재 10억원을 기부했다. 이 명예회장은 DL그룹 이름으로 성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성금은 산불 피해 지역 주민의 생계 지원, 임시 대피소 운영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 명예회장은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 현장 폭발 사고, 2017년 경북 포항 지진, 2019년 강원도 산불, 2020년 코로나 사태 때에도 10억~20억원씩 성금을 냈다.
기업들도 도움의 손길을 이어가고 있다. 생활용품 유통 기업인 아성다이소는 10억원을 기부했다. 고려아연과 넥슨, SK디스커버리 산하 관계사 3곳은 각각 5억원씩 보탰다. SPC도 영남 지역에 3억원을 기부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국내 로펌 중 처음으로 1억원을 전했다. 생수 생산∙유통 업체인 한도F&B는 이재민을 위해 생수 3만5000개를 지원했다.
연예계 기부도 계속되고 있다. BTS 멤버 뷔는 이날 진화 대원들을 위해 2억원을 기부했다. 가수 임영웅은 자신의 팬클럽 ‘영웅시대’ 이름으로 4억원을 기부했다. 아이돌 그룹 여자아이들의 멤버 5명은 1억원씩 총 5억원을 기부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산불이 난 지자체 돕기에 나섰다. 대구시는 재해 구호 기금 5억원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에 전달한다. 속옷, 양말 등 생필품 1만5000세트, 마스크 1만2000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남 의령군은 라면 등 1000만원 상당의 구호 물품을 산청에 전달하고, 복구 작업에 투입할 중장비 4대도 파견했다. 광주광역시 서구는 산불로 9명이 사망한 경북 영덕에 화장지, 물티슈 등 생필품 100상자와 주먹밥 500인분을 전달했다. 광주 서구 관계자는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양동시장 상인들은 광주 시민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어 건넸다”며 “나눔과 연대를 의미한다”고 했다.
시민들의 작은 온정은 큰 힘을 만들어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고향 사랑 기부제’ 사이트에선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기부를 진행 중인데, 지난달 26일부터 6일간 시민 2만1874명이 건넨 기부금이 23억원에 달했다. 고향 사랑 기부제는 자신이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답례품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고향 사랑 기부제의 민간 플랫폼인 ‘위기브’에서도 7313명이 7억1273만원을 모았다.
산불 피해 현장에서 이재민을 돕는 의료진도 있다. 경북약사회 소속 약사 6명은 지난달 25일부터 의성, 안동 등의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다니며 의약품을 나눠주고 있다. 이재민들은 주로 소화제와 진통제 등을 찾는다고 한다. 고영일 경북약사회장은 “이재민들이 평소 먹던 약을 챙겨 나오지 못한 경우가 많아 약을 나눠 주면서 복약 지도도 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여한의사회도 대피소에서 봉사 중이다. 한의사 60여 명이 안동과 영덕에서 진료하고 있다. 장효정(57) 회장은 “주민들이 다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연기를 들이마셔 가래가 끓는 사람도 많아서 두 달 이상 장기 봉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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