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4.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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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수장이 ‘중국 시장 투자는 당연한 선택’이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지난달 27일 게재된 이 기고문에서 올라 셸레니우스 CEO(최고경영자)는 “중국 시장은 벤츠의 글로벌 전략에서 중요한 축”이라며 “독일과 중국의 경제·무역 협력을 굳건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작년 말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 대상 관세를 인상해 무역 갈등이 벌어지자 “관세가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준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귀환 이후 미·중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유럽 기업들의 ‘양다리 전략’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압박이 우군·적군을 가리지 않고, 중국은 전기차·배터리·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산업에서 독자적인 기술과 공급망을 빠르게 확보하자 미국으로 기울던 추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완성차 회사들은 3년 전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북미 투자를 확대하며 미국에 줄 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BMW는 지난해 중국 선양시에 4조원을 들여 생산 기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중국 알리바바와 함께 개발한 AI 시스템을 차량에 탑재하겠다고 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3대 전기차 회사인 샤오펑의 지분 5%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In China, for China)’란 슬로건을 걸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8일 베이징에서 글로벌 기업 수장 30여 명과 회동한 자리에는 절반인 15명이 유럽 기업인이었다. 이 중에는 지난달 중국 연구·개발 센터 설립에 3조7000억원 투자를 약속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작년 12월 베이징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 프랑스 사노피의 수장이 포함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을 ‘경제·체제 라이벌’로 규정한 EU의 외교관들이 요즘은 ‘중국 인권 문제 거론은 사치’라며 티베트·신장·홍콩 문제 비판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양다리 전략에는 미·중 디커플링 심화로 공급망과 기술 표준의 양분이 본격화될 때 중국에서 얻을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 시장에서 어쩔 수 없이 발을 뺀 미국 기업들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중국 기술 트렌드를 옆에서 밀착 관찰하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엔비디아는 2022·2023년 몰아친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 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렸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21년 중국에 독자 법인을 설립했지만 2023년 미 의회의 압박으로 현지 사업을 축소해야 했다. 미국과 중국이란 양대 거인의 힘겨루기로 경제 분절이 일어났지만, 유럽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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