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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1 16:30
“누가 올라오든 5세트, 3경기 꽉 채우고 올라왔으면”
마지막 ‘봄 배구’ 무대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현역 은퇴를 선언한 ‘배구 여제’ 김연경(37)은 21일 열린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우승하겠다”며 “(야구 놀이공원 공약은) 모기업이 제휴가 돼 있어서 한 것 아닌가. 우리는 보험 상품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김연경의 소속팀 흥국생명은 역대 여자부에서 가장 빠르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고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다.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시즌 연속 챔피언전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던 흥국생명은 올해는 꼭 우승컵을 차지한다는 각오다. 김연경의 마지막 챔피언전이라 의미가 더 각별하다. 김연경은 “팀 우승이 무조건 먼저다. 최우수선수(MVP)는 워낙 많이 받아서 생각도 안한다“며 ”챔피언십 포인트(우승 확정 점수)를 올린다면 상대 공격을 막는 블로킹으로 올리고 싶다”고 했다.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의 마지막 경기”라며 ‘라스트 댄스(Last dance!)’를 출사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날 미디어데이가 열린 강남 모처에는 오직 김연경의 모습을 보기 위해 유니폼 등을 입은 80여명의 팬들이 몰리기도 했다. 김연경이 모습을 보일 때면 카메라 세례와 함성이 쏟아졌고 “언니 힘내세요” “사랑해요” 등 외침이 울리기도 했다. 김연경은 은퇴 의사를 밝힌 뒤 V리그 최초로 상대팀이 경기 때 은퇴 행사를 준비해주는 일종의 ‘은퇴 투어’를 가졌다. “챔피언전에 집중하기 위해 은퇴 투어 때 경기에 많이 못 뛴 건 아쉬워요. 그렇지만 평일에도 관중석을 꽉꽉 메워주시는 모든 배구팬들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봄 배구에 가지 못한 팀 팬들께는 이제 흥국생명을 응원해달라고도 당부했어요”
전날 열린 현대캐피탈 문성민(39)의 은퇴식을 보고는 “어렸을 때부터 봐온 같은 세대 선수라서 마음이 짠했다“며 ”저도 곧 저 자리에 있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2위 현대건설과 3위 정관장이 맞붙는다. 두 팀 모두 각각 아시아쿼터 위파위 시통(현대건설), 외인 반야 부키리치(정관장)·토종 공격수 박은진(정관장)이 부상으로 이탈해 전력 공백이 있는 상황이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부키리치나 (박)은진이나 복귀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힘들지만 정관장 팬들만 보고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한 시즌동안 고생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만큼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김연경은 “플레이오프에서 누가 올라오든 5세트·3경기를 꽉꽉 채우고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승 공약을 묻는 질문에는 현대건설 이다현(24)은 “모기업을 생각하면 아파트인데..”라고 말을 흐렸다. 정관장 염혜선(34)은 “팬 분들과 몸에 좋은 홍삼을 마음껏 나누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대건설과 정관장의 플레이오프 첫 경기는 오는 2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3판 2선승제.
남자부는 V리그 역대 최단기간 정규리그 우승을 기록한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고 2위 KB손해보험과 3위 대한항공이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다. 대한항공은 지난시즌 V리그 첫 통합 4연패(連霸)를 일군 강팀이지만, 올 시즌엔 플레이오프로 봄 배구를 시작하게 됐다. 대한항공의 베테랑 한선수(40)는 “이번 봄 배구는 분명 쉽지 않지만, 우리 팀은 챔피언전 경험 많은 게 장점이다.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했다. KB손해보험의 황택의(29)는 “우리 팀이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보다 훨씬 더 간절하다”고 포부를 밝혔다. 두 팀의 플레이오프는 26일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첫 막을 올린다. 역시 3판 2선승제다.
구단 역대 첫 트레블(KOVO컵·정규 리그·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겨냥하는 현대캐피탈의 황승빈(33)은 앞선 두 선수의 발언에 응수하듯 “옛 말에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경험이나 간절함보다도 현대캐피탈 팬분들의 목소리가 가장 크기 때문에 우리가 이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필립 블랑(65)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배구를 매운 양념 음식에 비교하며 “한국 분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한국 팬들이 좋아할만한 매운 배구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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