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3.21 14:57
국제 학술지 실린 논문 3편, 연구 부정 행위로 철회
학교 측, 조사위원회 꾸리고 1년 반째 조사 중
해당 교수 “학생이 쓴 데이터 일일이 확인 힘들어”
학계에선 “명백한 연구 부정…교신저자여도 책임져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소속 교수가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던 논문 3편이 논문 데이터 조작과 중복 활용으로 인해 철회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과학계에 따르면, DGIST는 소속 교수의 연구 부정 행위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진행 중이다. DGIST 관계자는 “학교에서 논문 철회에 대해 알고 있고, 지금은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조사를 진행하는 단계”라며 “제보가 여러 차례 접수되면서 조사위원회가 결론을 내리는 게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논문은 국제 학술지 ‘머티리얼즈 투데이 케미스트리(Materials Today Chemistry)’에 2021년과 2022년 게재된 2편과 ‘콜로이드 및 인터페이스 과학 저널(Journal of Colloid and Interface Science, JCIS)’에 2020년 발표된 1편이다. 해당 논문들은 기존 다른 논문의 데이터를 중복 사용하거나, 인공지능(AI) 이미지 분석을 통해 데이터를 조작한 정황이 발견돼 각각 철회 조치가 내려졌다. JCIS 논문에서는 총 9건의 조작 또는 중복 사용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철회된 논문들은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의 지원을 받은 연구의 결과로 확인됐다. 각 논문의 말미에는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와 중견연구 그랜트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이번 연구 부정 사건은 제보에 의해 알려졌다. 학계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제보자가 해당 교수의 논문 8편에 대해 부정행위를 제기했다. 이 가운데 3편이 철회됐다. 제보자는 논문을 게재한 저널 출판사뿐 아니라 DGIST와 한국연구재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DGIST 관계자는 “연구진실성위원회는 통상 6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반복적인 제보로 인해 위원회가 네 차례 재구성되면서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징계, 연구비 환수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 DGIST는 1년 반 동안 관련 회의를 총 9차례 진행했으며, 본조사위원회는 네 차례 열렸다. 그러나 본조사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징계를 포함한 최종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빠르면 이달 안에 본조사위원회가 다시 열릴 예정이다.
한국연구재단도 DGIST의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대학 내부에서 자체조사가 마무리되면 연구재단이 연구비 환수나 후속 징계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당사자인 DGIST 교수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가 된 논문은 인도 출신 박사후연구원이 작성했다. 교수는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논문 이미지 중 일부는 인도 출신 박사후연구원이었던 논문 저자가 이전 소속 연구실에서 사용한 이미지를 재활용한 것”이라며 “교수 입장에서 모든 데이터를 일일이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는 “문제가 된 이미지 대부분은 논문의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 논문 부록 이미지”라며 “익명의 제보자가 한국연구재단과 학술지, 학교 등 다수 기관에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1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이 교수의 상황에 공감을 하지만 교신저자로서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건 분명하다고 봤다. 수도권 대학의 한 화학과 교수는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교수가 박사후연구원이 쓴 논문의 모든 부록 이미지를 꼼꼼히 살피기 힘든 건 사실”이라며 “문제가 된 논문이 실린 학술지도 대부분의 교수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수준의 학술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랩(연구실)에서 쓰는 논문에 문제가 없는 지 살피는 것이 교수의 의무이자 역할인데, 교신 저자여서 잘 몰랐다고 말하는 건 핑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중심대학의 교수도 “이미지 중복 사용은 심각한 연구 부정 행위인데 이걸 억울하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적지 않은 교수들이 학생들이 작성한 논문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학술지에 실으면서 자신은 교신 저자로 이름만 올리는 관행이 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교신 저자의 역할에 대해 교수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Colloid and Interface Science(2020), DOI : https://doi.org/10.1016/j.jcis.2019.09.086
Materials Today Chemistry(2024), DOI : https://doi.org/10.1016/j.mtchem.2024.101955
Materials Today Chemistry(2024), DOI : https://doi.org/10.1016/j.mtchem.2024.10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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