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동대문 동네 약국에서 글로벌 제약 기업으로

조선일보
입력 2020.08.03 03:00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별세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이끈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2일 새벽 4시 55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은 조그만 약국에서 시작해 48년간 한미약품을 이끌며 국내 제약 업계를 글로벌 무대로 끌어올렸다. 1940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1967년 서울 동대문에 '임성기약국'을 열며 제약 업계에 뛰어들었다. 1973년 33세 나이에 '더 좋은 약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한미약품을 창업했고, 매출 1조원이 넘는 글로벌 제약사로 키워냈다.

고인은 평소 "R&D가 없는 제약 기업은 죽은 기업, R&D는 나의 목숨과 같다"고 말하면서 연구·개발(R&D)만이 한국 제약사가 살길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한국 제약업계는 신약의 불모지라고 불릴 만큼 복제약(제네릭) 사업 위주였다. 고인은 복제약으로 수익을 거두고 이를 다시 효능이나 복용법을 개선한 개량 신약과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이른바 '한국형 R&D 전략'을 채택했다.

고인의 이런 노력으로 한미약품은 개량 신약 개발, 의약품 기술 수출 등 국내 제약사 최초 기록을 써왔다. 한미약품은 1989년 국내 제약사 최초로 스위스 제약사 로슈에 항생제 제조 기술을 수출했고, 2009년에는 고혈압 치료제 개량 신약 '아모잘탄'을 선보였다. 아모잘탄은 세계 50여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금도 매년 매출의 20% 가까운 자금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고인의 R&D 열정은 한국 제약 산업의 흐름을 바꿔놨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2015년부터 글로벌 제약사에 잇따라 수조원 규모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이뤄내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신약을 끝까지 개발하지 않고도 기술 수출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에 성공하자 국내 제약 업계에서는 개량·복합 신약 개발 붐이 일었다.

고인은 2009년 인터뷰에서 "제약 산업이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고, 그의 말처럼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씨와 아들 임종윤·임종훈씨, 딸 임주현씨가 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 뜻에 가족장으로 치른다. 발인은 6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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