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톡] 스토리, 인스타그래머빌리티 그리고 자부심

조선일보
  • 박소령 퍼블리 대표
입력 2020.08.0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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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 커피는 특이하다. 우선 장소. 부산 하면 떠오르는 해운대나 남포동이 아니다.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북쪽으로 30분 올라가면 나오는 동래온천 근처, 한적한 동네에 본점이 있다. 작년 말 기사에 따르면 하루에 1200~1300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하니, 한 달이면 3만명이 넘는다. 무엇이 이 작은 가게를 특별하게 만드는지 궁금해서 여름휴가 동안 모모스 커피를 세 차례 방문하고 세 가지 이유를 정리해봤다.

첫째, 한번 들으면 잊지 못하게 하는 스토리가 있다. 바로 '세계 1위 바리스타가 일하는 부산 로컬 카페'라는 브랜딩.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은 커피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꼽는 꿈의 무대라 한다. 2019년 우승자는 전주연씨로, 한국인 최초 우승자이자 모모스 커피 창업 멤버이다. 나 또한 32세 한국인 여성이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기사를 읽고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2007년 창업 초기 스토리도 인상적이다. 이현기 대표가 10년 동안 일한 돈을 끌어모아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당 옆 4평짜리 창고를 빌려서 시작했던 테이크아웃 카페가 출발점이었다. 돈을 차츰차츰 벌기 시작하면서 역으로 식당 공간까지 확장해 나가다 보니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둘째,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매력을 갖춘 아름다운 공간이다. '여행의 미래-밀레니얼의 여행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는 책에 따르면, 18~33세 응답자의 40%가 여행 목적지를 고를 때 '인스타그래머빌리티(Instagrammability)', 즉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2020년 7월 기준 인스타그램은 한국에서 월 1100만명 이상이 사용하며 페이스북도 추월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하는 중이다. 근사하게 사진이 찍히는 여행지에서 사람들은 행복해하고,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언젠가 나도 가겠노라 동경하게 만드는 선순환 고리가 작동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모모스커피'를 검색하면 나오는 4만개의 사진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
박소령 퍼블리 대표

셋째, 일하는 사람이 가지는 자부심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른 오전,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손님이 적은 편이라 바리스타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스타벅스나 다른 카페도 많을 텐데 왜 모모스 커피에서 일하는지 궁금하다고. 바리스타는 웃으면서 주저 없이 답했다. 내가 잘하는 만큼 회사도 같이 성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복지도 좋고 업무 체계도 잘 잡혀 있지만 반대로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단다. 반면 여기에선 내가 의견을 내서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그 결과 고객이 좋아하고 회사가 잘되는 데 기여한다는 기쁨이 있다고 했다.

바리스타의 답변처럼, 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기회와 그로 인해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의 단맛은 한번 경험하고 나면 되돌아가기 어렵다. 그래서 큰 조직에서 부품으로 일하는 삶 대신, 직접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하거나 프리랜서의 길을 택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늘어난다.

모모스 커피 입구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사진과 닉네임이 붙어 있다. 매장에서 고객과 얼굴을 접하며 일하는 직원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커피를 연구하고 베이커리를 만드는 직원들까지 골고루 소개된 패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곧은 에너지가 있다. 그리고 이 에너지는 전파력이 강하기에, 일하는 사람의 태도에 배어 있는 자부심으로 충만한 공간은 찾아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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