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국 민주주의 안녕한가

입력 2020.08.03 03:14

김진명 워싱턴특파원
김진명 워싱턴특파원

미 대선을 3개월 앞둔 요즘, 워싱턴DC의 화두 중 하나는 '자유 민주주의의 위기'인 것 같다. 위기의 양상과 원인에 대한 진단은 사람마다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미국인의 자유와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러시아·북한 같은 외부에서 오는 위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세계의 미래'란 연설에서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결국 중국 공산당이 우리의 자유를 침해하고 우리 사회가 힘겹게 쌓아올린 규범 기반의 질서를 전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에 대해 비판적인 진영에서도 이런 진단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내부로 초점이 옮아가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누가 미국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거의 내전 수준으로 갈린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이렇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진영에서는 그가 미국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지난달 19일 "우편 투표가 선거를 조작할 것"이라며 대선 불복 가능성을 암시했고, 30일 대선 연기를 시사했다가 9시간 만에 번복했다. 이처럼 민주적 절차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고, 법으로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려 하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이들은 트럼프가 인종차별·경찰 폭력 반대 시위 진압에 연방 요원을 투입한 것도 시민적 권리와 지방정부 자치권의 침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미국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 같은 인물들의 동상을 끌어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위기를 느낀다. 흑인 노예를 소유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모든 업적을 지우려고 드는 것은 '미국 역사의 부정'이자 '미국적 가치의 훼손'이란 얘기다. 이들은 동상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연방 요원을 투입한 트럼프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의 위기감이 더 정당한가. 그 결정은 11월 3일 대선일에 미국인들 손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이런 미국을 지켜보는 한국의 시선이다. 많은 한국인이 미국의 위기를 '남의 일'처럼 보고 있는 것 같다. "미국도 한물갔다"고 혀를 끌끌 차면서 말이다.

하지만 미국의 위기가 정말 남의 일일까. 한국인의 자유와 한국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탈북자 단체들이 조사를 당하고, 하루아침에 내 집조차 내 마음대로 못 하게 되는데도? 다가오는 위기를 바라보며 서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미국보다, 위기의식도 논쟁의 공간도 남지 않은 것 같은 한국이 실은 더 위태로운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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