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발재간으로 양의지 농락한 깜짝스타, 두산의 넘버투 포수 자리 꿰찰까

입력 2020.08.03 00:06

두산의 백업포수 최용제,
NC와의 지난 2연전에서 맹활약
1일 싹쓸이 3루타에 이어
2일엔 센스 있는 주루로 득점
이번주엔 선발 출장 가능할까

2일 NC전에서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득점에 성공한 최용제. 그에게 허를 찔린 양의지는 최용제의 광주 진흥고 선배다. / 연합뉴스
2일 NC전에서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득점에 성공한 최용제. 그에게 허를 찔린 양의지는 최용제의 광주 진흥고 선배다. / 연합뉴스

“팬 여러분 사랑합니다.”

2일 NC전 수훈 선수로 뽑혀 방송 인터뷰를 한 최용제(29)는 캐스터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최용제의 귀여운 한 마디에 중계진도 웃음이 터졌다. 최용제의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사람 인생 모르고, 야구 모른다. 2014년 두산에 육성 선수로 입단해 지난해까지 1군 무대에서 단 4경기를 뛰었던 두산 7년차 포수 최용제가 이번 NC와의 시리즈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1일 최용제는 4-4로 팽팽히 맞선 8회말 2사 1·2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나섰다. 2016년 6월 21일 이후 1503일 만에 들어선 1군 무대 타석이었다. 그는 올해 퓨처스리그(2군)에서 타율 0.246, 1홈런 6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두산 주전 포수 박세혁이 부상으로 수비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상호를 받치는 백업 포수로 1군에 올라왔다.

NC 투수 배재환의 초구에 최용제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주자 두 명을 불러들이는 싹쓸이 2타점 3루타였다. 최용제가 1541일 만에 뽑아낸 타점이기도 했다.

최용제는 8-8로 맞선 10회초 무사 1·2루에선 보내기 번트를 성공하며 1사 2·3루를 만들었다. 최용제가 작전을 잘 수행하며 기회를 이어간 두산은 10회초에 대거 4점을 뽑아내며 12대10으로 승리했다.

1일 박건우의 적시타 때 홈을 밟은 최용제가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는 장면. / 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
1일 박건우의 적시타 때 홈을 밟은 최용제가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는 장면. / 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

최용제의 활약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전날 1503일 만에 안타를 때려낸 그는 이날은 하루 만에 다시 안타를 쳤다. 4-4로 맞선 연장 12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이 탄생했다. 박건우가 2루타를 쳤고, 최용제는 있는 힘껏 홈으로 내달렸다. NC의 중계 플레이가 잘 이뤄지며 최용제는 홈에서 아웃될 타이밍이었다.

여기서 최용제의 재치가 빛났다. 그는 NC 포수 양의지가 막아선 홈 플레이트 앞에서 급정거했다. 예상치 못한 동작에 양의지가 옆으로 쓰러졌고, 최용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왼발을 쭉 뻗어 홈 플레이트를 터치했다. NC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완벽한 세이프였다.

최용제는 그 상황에 대해 경기 후 “홈으로 뛰고 있는데 공이 오는 소리가 슥 들렸다. 슬라이딩을 하면 아웃될 것 같아 쉽게 죽지 않으려고 일단 멈췄다”며 “의지 형이 중심을 잃은 것을 보고 왼발을 내밀었는데 운 좋게 득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두산에서 주로 2군 포수로 뛰었던 그가 한 팀에서 우상처럼 따랐던 고교 선배(광주 진흥고)이자 국내 최고 포수 양의지의 허를 찌른 장면이었다.

1일 3루타를 날리는 최용제. / 연합뉴스
1일 3루타를 날리는 최용제. / 연합뉴스

최용제의 센스 있는 플레이로 한 점을 다시 앞서간 두산은 오재일의 적시타와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두 점을 더 보태며 7대4로 승리했다. 두산은 이번 NC와의 3연전에서 불펜 난조 속에서도 최용제의 활약을 앞세워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최용제는 광주진흥고·홍익대를 거쳐 2014년 신고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정식 선수가 된 것은 2016년. 그해 4경기에 나서 2안타 1타점을 올렸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 상무에 입단해 군 복무를 마쳤다.

그는 2019시즌 1군 진입을 노렸지만, ‘포수 왕국’ 두산에서 그의 자리는 쉽게 나지 않았다. 박세혁이 주전 포수로 활약했고, 올 시즌 SK로 트레이드된 이흥련이 백업으로 뒤를 받쳤다. 결국 최용제는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2019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38세의 베테랑 포수 정상호가 두산에 합류하면서 입지가 다시 좁아졌다. 하지만 박세혁이 부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정상호가 타격에서 큰 약점을 드러내며 김태형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정상호는 올 시즌 타율 0.167을 기록 중이다. 삼진 26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은 2개에 그쳤다.

김태형 감독은 ‘최용제 카드’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최용제는 그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두 경기에서 활약하면서 최용제가 박세혁의 바로 뒤를 받치는 ‘넘버 2’ 포수가 될 가능성도 생겼다. 신데렐라의 등장으로 김태형 감독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두산 팬들은 당장 이번 주 경기에 선발로 나서는 최용제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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