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 선거공작, 윤미향, 박원순 수사 올스톱… 검찰 다시 忠犬

조선일보
입력 2020.08.03 03:26 | 수정 2020.08.03 09:03

먹구름 속 검찰 깃발. /연합뉴스
먹구름 속 검찰 깃발. /연합뉴스

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주요 사건 수사가 별 이유 없이 계속 미뤄지거나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개점휴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작년 7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그 임명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들) 산 권력도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국민은 검찰 역사에서 거의 보지 못했던 진짜 검찰, 제대로 된 검찰의 모습을 잠시나마 볼 수 있었다. 검찰의 존재 이유는 현실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들의 비리를 감시하고 수사하는 것이다. 검찰은 작년 8월 말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국 전 법무장관의 파렴치를 수사했다. 뒤이어 대통령을 형(兄)으로 불렀다는 유재수 부산 부시장을 구속하고, 청와대가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파헤쳤다. 검찰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산 권력' 수사였다. 그런데 지금 그 검찰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울산 선거 공작 수사, 대통령 앞서 멈춰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이 소원"이라고 했던 30년 지기(知己)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7개 부서가 총동원된 사건이다. '대통령'을 빼놓고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사 핵심도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사가 대통령 앞에서 멈춰 섰다. 검찰은 지난 1월 말 송철호 울산시장 등 1차로 13명을 기소했지만 임종석 비서실장 등 다른 관련자 수사는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관련자들이 소환에 불응해서"라고 핑계를 대고 있다. 6개월간 밝혀낸 것이라곤 송 시장 측근의 불법 정치 자금 혐의뿐이다. 본질과 상관없는 일로 변죽을 울리며 수사하는 시늉만 내고 있다.

소환 일정도 안 잡은 윤미향 사건

윤미향 수사도 2개월이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 이 사건은 결코 복잡하지 않다. 정의연의 회계 부정을 밝히라는 것이다. 이미 드러난 증거와 정황도 적지 않다. 정의연 회계장부에선 국고보조금 수억원을 포함해 37억원에 달하는 보조금과 기부금이 누락됐다. 정의연은 사망한 피해자 할머니 계좌에서 수시로 뭉칫돈을 빼갔고 돈세탁 의혹까지 제기됐다. 할머니들을 위해 마련했다는 '위안부 쉼터' 건물은 정의연 펜션으로 쓰였고, 윤 의원 부친이 쉼터에 취직해 월급을 타갔다. 그런데도 윤 의원 소환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정의연 관계자가 검찰 소환을 거부하고 연락을 끊은 일도 있었다. 정권 눈치를 살펴 적당히 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죽하면 야당 의원이 자신이 모은 자료를 갖고 검찰을 찾아갔겠나.

秋장관 아들 미복귀, 6개월째 눈치만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 수사도 6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시 당직을 섰던 선임병이 "사실상 탈영이었다"며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기도 전에 상급 부대에서 휴가 연장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 다른 병사 4명도 언론에 똑같은 내용을 증언했고, "우리 엄마도 추미애면 좋겠다"며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돌린 사실도 공개됐다. 이 수사는 계좌 추적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몇 달간 가만히 있다가 최근에야 일부 관계자를 조사했다고 한다. 관련자들이 입을 맞출 시간을 준 것이다. 장관 눈치를 보며 적당히 뭉개려 한다.

라임·옵티머스, 정권 비리는 덮나

1조6000억원대 금융 사기 피해가 발생한 라임 펀드 사건에선 민주당 의원이 라임 사기꾼에게서 선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공개한 것이 아니라 언론이 보도하자 의원이 시인한 것이다. 해당 의원이 돈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하지만 해당 의원 소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야당이라면 그렇게 했겠나. 라임과 비슷한 구조인 옵티머스 사건에선 사기를 주도한 변호사의 아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면서 옵티머스 관련사 주식 50%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대형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반부패부에 맡기지 않고 일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조사부에 배당했다. 정권 핵심과 친분이 두터운 펀드 설립자에 대해서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다. '정권 비리'는 건드리지 않고 덮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피소 유출, 2주 넘게 뭉개

서울중앙지검은 박원순 서울시장 피소 유출 관련 고발을 접수하고서도 2주 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 사이 서울중앙지검이 박 시장 피소를 경찰보다 하루 먼저 알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 면담 신청은 납득할 수 없는 핑계를 대며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유출해놓고 이를 숨기려고 수사를 뭉개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가 KBS에 채널 A 기자 사건 관련 허위 녹취록을 흘렸다는 의혹, MBC와 여권 인사들의 이 사건 조작 혐의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 모두가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뒤 검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밖으로 알려진 것만 이 정도이지 드러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정권은 자신들의 불법 혐의를 수사했던 검사팀을 인사 학살해 공중분해시키고 검찰총장 손발을 잘라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다. 조만간 또 검찰 인사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검찰총장을 따르는 검사들에 대한 2차 학살이 목적이다. 결국 산 권력을 수사하던 몇 안 남은 '진짜 검사'들마저 모조리 쫓겨나고 대통령 충견(忠犬)이자 사냥개들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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