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식당 내 식사 금지 이틀만에 철회...홍콩이 보여준 코로나 탁상행정

입력 2020.08.02 19:18

홍콩이 코로나 방역 조치로 식당 내 식사를 금지했다가 단 이틀만에 철회됐다. 야외 여름 땡볕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 노동자·노인들의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며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탓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민과 유리된 홍콩 정치인들의 탁상행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NYT는 31일(현지 시각) 전날 홍콩시 당국이 29일 시행한 식당 내 식사 금지를 시행 이틀만에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홍콩시는 지난달 22일부터 매일 세 자리수 대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나오자 집단 코로나 발생지로 지목된 식당 영업을 오후 6시까지로 규제했다. 그러나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29일 식당에서 아예 식사를 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지난달 29일 홍콩에서 시 당국이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하자 한 남성이 길가 연석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달 29일 홍콩에서 시 당국이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하자 한 남성이 길가 연석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트위터 캡처


홍콩에서 지난달 29일 시 당국이 식당 내 식사 금지 조치를 내리자 노동자들이 길 위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홍콩에서 지난달 29일 시 당국이 식당 내 식사 금지 조치를 내리자 노동자들이 길 위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그러나 이날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시 당국의 조치에 대한 분노가 확산됐다. 점심 식사를 하러 나온 일용직 노동자들이나 노인들이 도로 위, 차도 연석, 다리 계단 등에서 음식을 먹는 사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것이다. 완차이 지구에서 야채 가게를 하는 찬춘흥(50)씨는 NYT에 “이날 점심을 땅바닥에 앉아서 먹어야 했다”며 “행인들이 지나갈 때마다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음식을 가리느라 바빴고 너무나 더웠다”고 말했다.

이에 시 당국은 19개의 임시 쉼터를 제공하고 그곳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31일부터 식당 내 식사 금지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30일 발표했다. 다만 저녁은 테이크아웃이나 배달만 허용했다.


홍콩에서 지난달 29일 시 당국이 코로나 방역 조치를 위해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하자 시민들이 길바닥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트위터 캡처
홍콩에서 지난달 29일 시 당국이 코로나 방역 조치를 위해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하자 시민들이 길바닥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트위터 캡처


NYT는 이번 사태를 두고 “홍콩 정치인들이 서민과 얼마나 유리돼 있는지 보여준다”고 평했다. 과거 2017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화장실 휴지가 떨어지자 수퍼마켓 대신 택시를 타고 옛 관저에 가서 휴지를 가져왔다고 발언해 논란을 초래했다. 또 지하철역에서 회전식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하게 서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람 장관은 당시 보좌진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개찰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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