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동성애 금지법 폐지 2년, 커밍아웃한 왕자의 삶은 지금

입력 2020.08.02 17:27 | 수정 2020.08.03 03:21

2018년 9월 인도 대법원이 동성애 금지법을 폐지했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금, 인도 왕족 유일의 커밍아웃 동성애자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 시각) 인도 왕족 최초 커밍아웃 동성애자 만벤드라 싱 고힐(55) 왕자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만벤드라 싱 고힐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인구 7만 도시 라지피플라의 600년 왕조 토후국 왕자다. 인도에서는 1971년까지 토후국 왕실에 내탕금을 교부하는 등 특권을 보장했으나 이때 폐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왕족들은 명예를 유지하고 이들도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2006년 만벤드라는 한 신문 인터뷰를 통해 커밍아웃을 선언했다. 인도 왕족 최초의 동성애자로서 인도를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유명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도 3차례나 나간 유명인사가 됐다.




그러나 커밍아웃 이후의 시련은 그에게 만만치 않았다. 왕비인 그의 어머니는 현지 신문을 통해 “만벤드라는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다”며 절연을 선언했고 “후계자 자격이 박탈됐다”고 밝혔다. 성난 주민들은 만벤드라의 초상화를 불태우며 거세게 항의했다. 서너 차례의 살해 위협도 받았다. 만벤드라는 “내 안의 진실이 있기 때문에 계속 싸우기로 결심했다”고 NYT에 말했다.

인도에서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률은 2018년에서야 폐지됐다. 영국 식민지 시절인 1860년 제정된 인도 형법 377조는 동성애자 성관계를 ‘남성·여성·동물의 자연 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법을 어길 경우 벌금과 함께 징역 10년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며 최대 사형까지도 집행 가능했다. 실제로 집행된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경찰·공무원 등이 이 법을 이용해 동성애자들을 위협하거나 괴롭혀왔다.

만벤드라가 처음 혼인한 건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다. 다른 왕족 집안의 공주와 1991년 결혼식을 올렸다. 만벤드라는 “난 남자에게 성적으로 끌렸지만 지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했다”며 “여자와 홀로 시간을 지내본 적이 없었고 결혼 전 성관계도 어림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결혼 이후 자신이 여성으로부턴 성적 자극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15개월 후 둘은 이혼 절차를 밟는다. 이후 뭄바이에서 동성애자 인권 운동가 등과 교류하며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확신을 가진 뒤 2013년 미국인 디안드레 리차드슨과 결혼한다.

만벤드라의 부모는 그의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절대적으로 부정했다. 이들은 동성애를 치료해야할 ‘질병’으로 여기고 의사들을 불러 만벤드라를 ‘치료’하고자 했다. 그러나 의학적 시도가 소용이 없자 이들은 종교를 끌어와 그를 ‘개심’시키고자 했다. 3년간 이들은 만벤드라에게 수십명의 종교 지도자들을 데려와 그를 설득했다.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 만벤드라는 인도 사회 성 소수자들을 위한 자선단체 ‘라크샤재단’을 설립하고 자신 소유 왕궁을 개방해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커밍아웃 후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만벤드라와 남편 리차드슨은 쉼터가 가족과 의절당한 성 소수자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직업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세월이 흘러 현재 어머니를 제외한 왕실 가족 대부분이 만벤드라에게 대체로 호의적이다. 국왕인 아버지는 “아들의 성적 정체성과 가족에 가해지는 언론의 집중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면서도 “그러나 그건 아들의 결정이다”고 밝혔다. 만벤드라는 “왕위 계승의 문제는 나머지 가족들이 결정할 문제다”면서도 “왕위 계승자로서의 삶보다 지금의 삶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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