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마다 검찰 때리던 추미애, 이성윤 팀 육탄전엔 '침묵'

입력 2020.08.02 15:37 | 수정 2020.08.02 16:27

매번 '사자성어'로 검찰 비판했던 추미애
폭행, 감청 논란엔 묵묵 부답
'피의자 인권' 강조하던 이성윤 지검장도 입장 안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이성윤)의 수사팀장인 정진웅 형사1부 부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에게 폭행에 가까운 물리력을 행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이번 사건 지휘 라인에 있는 핵심 인물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다. 이번 사건 성격을 ‘검·언 유착’이라고 단정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수사팀 지휘라인에 있는 이성윤 지검장 등이다. 검찰 내부에선 “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해 채널A 사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이 지검장에게 수사 전권이 위임됐었다”며 “수사가 온갖 논란에 휩싸였는데도 한 마디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슈 때마다 ‘사자성어’ 내놨던 추 장관 이번엔 “…”

추미애 법무부장관
추미애 법무부장관


추 장관은 그간 ‘검찰 이슈’와 관련해 페이스북, 입장문, 공식 행사 연설 등을 통해 즉각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지난 1월 취임식에서 검찰 개혁을 주제로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啐啄同時·병아리가 부화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는 것)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윤석열 사단’의 수사라인 교체를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실제로 이어졌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한 대검 간부의 장인상 빈소에서 양석조 대검 반부패선임연구관이 상관인 심재철 반부패부장에게 "조국(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고 항의하면서 벌어진 소동 때는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張三李四)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었다. 당시 심 부장은 양 연구관 등에게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조국은 무혐의'라는 취지의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검찰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나왔었다.

지난 6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예정일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추 장관은 “검찰 스스로가 정치를 하는 왜곡된 수사를 목격하며 '공정한 검찰권 행사'가 있었는가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 총장 등을 비판했다. 그는 당시 “과연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됨을 깨고 바름을 세운다는 정신에 부합하는 올바른, 공정한 검찰권 행사가 있었던가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4일 한 검사장에 대해 압도적 다수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한 이후로는 검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압수수색 폭행’ 논란에 이어 KBS 오보 관여 의혹 등이 겹겹이 겹치면서 수사팀 위신이 땅에 추락한 모양새이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하고 있지 않다”며 “불과 한 달 전 ‘본질은 검·언 유착’이라며 수사를 밀어붙였던 추 장관 태도와 지금은 정반대”라고 했다.

◇‘인권’ ‘검찰권 절제’ 수차례 강조했던 이성윤도 침묵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지난 1월 취임식에서 “인권 보호를 위해 검찰권 행사를 절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정 부장은 개인 명의로 ‘폭행이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냈지만, 이 지검장은 어떤 해명이나 설명 자료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사실상 이 지검장 지휘로 수사가 진행됐고 사고가 난 압수수색도 이 지검장의 책임인데도 어떤 입장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KBS의 ‘허위 녹취록 오보 논란’의 배후로도 의심을 받고 있다. KBS는 지난달 18일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 대화 녹취록을 보도하면서 구체적인 공모의 내용이 오갔다고 전했지만, 이는 오보로 드러나면서 사과방송을 했다. 검찰 안팎에선 서울중앙지검 핵심 지휘 라인에 있는 간부가 오보의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해서도 중앙지검은 “중앙지검 차원의 입장은 없다”고만 했다.

이에 검찰 내부에선 "자신들이 타깃으로 삼는 한 검사장에 대해 이 정도 '유착' 증거가 나왔으면 즉시 구속 영장을 청구했을 사안"이라며 "이 지검장이 불리한 부분에 대해선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뒤에서 침묵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수사 배제된 윤 총장 입장 내놓을까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로 이번 수사에서 배제된 윤석열 검찰총장은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윤 총장은 그간 여러 논란에도 자신의 측근이 연루됐다는 이유로 관련 언급을 자제해왔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윤 총장이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신임검사들에게 당부 사항을 전할 예정"이라며 "최근 현안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오후 4시반쯤 비공개로 열리지만, 윤 총장의 메시지는 이전처럼 따로 공개될 예정이다. 최근 검찰 분위기 등에 대한 메시지가 담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은 앞서 지난 2월에도 신임 검사 임관식에 참석해 "검찰을 힘들게 하는 요소가 많다"고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당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과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 수사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윤 총장의 측근들을 쳐내는 물갈이 인사로 갈등이 커진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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