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전환 나쁘지 않다" 與의원에 세입자들 "전세 살아는 봤냐"

입력 2020.08.02 12:08 | 수정 2020.08.02 12:20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정보란이 텅 비어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정보란이 텅 비어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이 아니다”고 한 것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현실을 모르는 소리” “전세 살며 돈모아 ‘내 집 마련’을 꿈꿔온 사람들을 우롱하는 소리”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세입자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목돈 마련에 도움이 되는 전세를 선호하는데, 여당 의원이 정부 정책을 옹호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세나 전세나 다르지 않다?

윤 의원은 1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은행의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도 대출금의 이자를 은행에 월세로 지불하는 월세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전세로 거주하시는 분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세나 매매 역시 집주인이나 은행에 다달이 금리만큼 돈을 주는 것인만큼 월세와 다르지 않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론 은행 금리가 낮아서 월세보다 전세를 얻는게 세입자 입장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현재 기준금리를 토대로 정부가 정한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은 4%다. 1억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1년에 400만원, 한달 기준 33만원 정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현장에선 전월세 전환율이 이보다는 높아 보증금 1억원당 월세는 50만원 정도다. 전환율을 환산하면 6%다.

반면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이율은 3% 이내가 대부분이라, 임차인 입장에선 월세보다 전세로 집을 얻는게 훨씬 유리하다. 정부가 중소기업 근로자, 청년 등을 대상으로 저리로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를 이용하면 1%대에도 전세금을 빌릴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댓글에는 “(윤 의원이)젊었을 때 전세 한번만이라도 살아봤음 저런 소리 쉽게 못할텐데” “전세는 원금이 까이지 않는다는 면에서 월세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걸 모르나” 같은 반응이 나왔다. 윤 의원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 연립주택(159㎡·3억8600만원)과 마포구 공덕동 오피스텔(1억 9000만원)을 소유하고 있다.

은행에 빚을 지고 집을 매매하는 것을 월세와 비교한 것을 두고도 “대출은 빚 다 갚으면 결국 내집인데, 월세도 계속 살면 내 집 되나요?” 같은 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물려받은 거 없이 보증금500에 월50살 때, 월세50이 얼마나 아깝게 느껴지는줄 아나. 그러다 힘들게 돈모아 ‘올전세’로 가면 솔직히 그때가 집 샀을때보다 더 기뻤다. 또 올전세 살다 월세 나갈돈 몇년 모아서 대출끼고 집살때도 기쁘고. 당신이 서민들 이맘을 알기나 하고 이런 소릴하나”라고 했다.



◇다음은 윤준병 의원의 페이스북 글 전문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인가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며, 임대계약기간을 기존 2년에서 2년 추가 연장하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취지의 미통당 의원 5분 발언이 인터넷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이 아닙니다.

전세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전세제도는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지닌 제도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도 그렇구요.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며, 나쁜 현상이 아닙니다. 은행의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도 대출금의 이자를 은행에 월세로 지불하는 월세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세로 거주하시는 분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지요. 시간이 흐르면 개인은 기관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에 결국 전 국민이 기관(은행)에 월세를 지불하는 시대가 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부동산 개혁입법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것을 재촉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세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분들의 의식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전세제도는 세입자에게 일시적 편암함을 주고 임대자에게는 지대추구의 기회를 줍니다. 그러나 큰 금액의 목돈이 필요합니다.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저금리 시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방법이지요. 정책과 상관없이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중입니다. 매우 정상이지요.

10억 아파트에 5억 대출자도 분명 월세사는 분입니다. 집주인이라고 착각할 뿐이지요. 국민 누구나 일정금액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 통해 월세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지요. 전세금을 100% 자기 자본으로 하는 세입자도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은행대출 낀 전세입니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거나 은행에게 이자 내거나 결국 월 주거비용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이지요.

2년 전세 계약하고 나면, 1년만 지나면 불안해집니다. 이번에 또 이사가야 하나 하고 걱정하면서 고지기간인 계약만기 3개월 전이 다가오면 집주인에게 전화 올까봐 좌불안석이 됩니다. 이번엔 또 얼마나 올리자고 할까 불안하고요. 아이는 친구들 있는 동네에서 떠나기 싫다고 하는데 좌불안석이지요. 그래서 이번 법 개정에서 2+2로 임대계약기간이 연장된 것만 해도 마음이 놓인다고 평가하는 무주택 서민들이 많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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